특히 손 전 고문 정계복귀 가시화는 정치권에 정계개편론이 들썩이기 시작한 점과 맞물리면서 야권에서는 정계복귀를 타이밍의 문제로 보는 분위기가 강해 미묘한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후 "4·13 총선 결과를 깊이 새기고 국민의 분노와 좌절을 제대로 안아 새판을 짜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해 정계복귀를 통해 '새판짜기'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또한 손 전 고문은 지난 19일 일본 게이오(慶應)대 특강에서도 "한국 정치는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로 갈지, 아니면 다당 연립으로 갈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대선주자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개헌 추진을 통해 정계개편을 도모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손 전 고문이 정계에 복귀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양자 대결로 다져지는 야권의 대권경쟁 구도도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야당 구도 속으로 재편입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4.13총선 결과 문 전 대표와 안 대표의 입지가 각각 강화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손 전 고문이 움직일 공간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근거에 따라 손 전 고문이 정계개편 바람에 몸을 실으며 두 야당이 아닌 제3지대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손 전 고문의 향후 행보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오는 26일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이라는 싱크탱크를 발족하는 것을 계기로 정치결사체를 만들어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지는 셈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는 지난달 2일 전주를 방문한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다수의 대선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당선자 등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이른바 '잠룡'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최근 야권의 전통적인 '텃밭'인 광주를 찾아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선 데 이어 원로급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지지기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안 지사 주변에서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필두로 피어오른 '충청 대망론'에 편승해 '안희정 대망론'에 불을 지피고 있고, 안 지사도 최근 "새로운 사람,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정치로 우리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