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6.05.03 08:47:44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63. 사진)는 2일 오후 인문대학 2호관에서 강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의 주최로 열린 '새로운 중동, 다시 보는 이슬람'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아랍은 문화적인 개념이고, 중동은 지정학적 개념, 이슬람은 종교적 개념"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특강에는 학생과 교수, 시민 등 250여 명이 참석해 중동과 이슬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희수 교수는 강의 내내 편견과 오류, 지나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글로벌 문화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나와 다른 가치를 이해하고 공존의 지혜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강조했다.
이희수 교수는 "중동국가들은 종파나 종교적 문제보다도 개별 국가 중심주의와 개별 부족의 가치를 훨씬 상위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어떤 나라도 종교적 이유나 종파적 이익 때문에 전쟁을 하거나 갈등하지 않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수니파와 시아파 간 전쟁이 심각한 것처럼 알려진 데는 서구 미디어가 그것을 실제보다 훨씬 과장, 증폭, 확대시킨 측면이 강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을 가정할 때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할 수 있도록 자국의 영공은 물론 필요한 협조를 할 것이라고 밝힌 사실을 들어 종파나 종교보다는 개별 국가 안보와 이익이 최고의 가치가 이미 돼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슬람은 16억 명 57개국을 가진 지구촌 최대 단일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전 세계 이슬람 신자의 비율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70%, 아랍은 20%를 차지한다. 전 세계 4분의 1의 인구로, 무역 등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이슬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은행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외무역 의존도는 96.9%에 달한다.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아랍 국가는 22개로, 중동 제일 동쪽이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이고 제일 서쪽은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다. 육로로 6000㎞ 정도 된다. 아랍의 이 22개 나라는 아랍어로 완벽하게 소통한다. 중동에서 아랍어를 쓰지 않는 나라는 이란, 터키, 이스라엘 세 나라 뿐이다.
이희수 교수는 "언어를 통일해 주는 첫 번째 요소가 꾸란이고, 두 번째는 알 자지라나 알 아라비아 같은 아랍어 위성 채널"이라며 "꾸란은 1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점 하나 획 하나 틀리지 않고 내려오는 표준 아랍어 텍스트이고, 알 자지라나 알 아라비아 같은 채널은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서도 다 잡힌다. 이처럼 글로벌 매체를 통해서 언어를 통일해 준다"고 소개했다.
IS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IS는 이슬람 스테이트(Islamic State), 즉 우리가 정통 이슬람 국가를 만들겠다고 해서 IS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희수 교수는 "지금 이 순간부터 IS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전 세계는 IS라고 쓰지 않는다"면서 "IS라고 표기하고 불러준다는 것은 그 국가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효과가 있다. 이란이나 중동에서는 '다에시', 즉 깡패집단이나 불량국가로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IS라고 부르는 유일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꼬집었다.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오해의 배경으로 '이슬람포비아'를 지목했다. 중세 당시 이슬람의 팽창을 두려워하던 유럽을 위무하기 위해 지어낸 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미스터리는 사막 한가운데서 생겼다는 이슬람이 어떻게 100년 만에 세 대륙을 평정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라며 "이걸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토마스 아퀴나스라고 하는 중세 최고의 신학자가 '한 손엔 칼 한 손엔 꾸란'이라는 담론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믿지 않으면 죽이니까 무력과 칼의 위협에 두려워서 개종했다는 담론을 토마스 아퀴나스가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는 페르시아와 비잔틴에 이어 중동 전역과 중앙아시아, 인도, 북아프리카를 장악하고 711년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 732년 프랑스 파리 교외까지 진출했다. 불과 100년 만에 세 대륙을 장악한 것이다.
고대 서아시아와 한반도 간 활발한 문화교류의 역사도 소개했다. 신라 고분에서 발굴된 25점의 유리 제품이 로마에서 직수입된 상품이라는 것이다. 4~5세기 당시 파르티아는 로마의 금은 주화와 금은 공예품 그리고 유리를 가져다가 중국에 팔면서 500년 동안 물적 기반을 가지고 제국을 이룩했다. 파르티아가 중국까지 가져왔던 유리 제품을 바로 코앞에 있는 신라에 가져왔고, 그 흔적이 유물로 발굴됐다고 설명했다.
이희수 교수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미술사 쪽에서는 이 유물이 신라 장인들의 기술이라고 우기는 논문이 많이 나왔다. 1500년 전 로마의 유리가 신라까지 왔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라며 "지금은 과학이 발달하다 보니 유리 성분을 분석하면 이 유리를 만든 연대가 몇 십 년 이내의 오차 범위로 좁혀지는 수준이다. 그래서 신라에서 출토된 25점의 유리 제품들이 직수입품이라는 게 학문적으로나 과학적으로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이슬람과 기독교, 유대교 세 종교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도 설명했다. 유일신 사상을 가진 세 종교에 대한 이희수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이슬람은 유일신 알라를 믿는 종교다. 하나님의 아랍어 표기가 알라다. 꾸란에서 알라는 네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알라는 전지전능하다. 알라는 절대자다. 알라는 유일하다. 알라는 삼라만상 우주를 창조한 창조주다. 기독교의 하나님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기독교의 하나님과 이슬람의 알라는 용어 자체도 같고, 존재 자체도 같다.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은 창세기부터 구약까지는 성서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세 종교가 나누어진 결정적 신학 논쟁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학적 위상 문제다. 유대교는 예수님을 버렸다. 하나님의 독생자로서 세상을 구원하고자 내려온 메시아라고 인정하지 않고 혹세무민한 위선자 사기꾼으로 본 것이다. 기독교에서 예수님은 신성화되었고, 아버지 하나님과 다르면서도 같은 존재가 됐다. 이슬람은 예수님을 받아들인다. 다만 인간으로서 예수, 신성은 인정하지 않고 인성만 받아들인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위치에 놓고 받아들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랍과 이슬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아랍과 이슬람의 차이를 정확하게 인식할 것을 특히 강조했다. 우리의 고정 관념 중에 '아랍=이슬람'을 동일시하면서 일부다처제, 가부장, 부계 중심, 남아선호, 확대가족, 명예살인, 여성 억압 등 편견과 오해가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슬람의 종교적 가치와 문화적 가르침과 남성 중심적인 아랍의 토착 문화가 만들어 낸 악습이 뒤섞이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희수 교수는 "이런 혼란이 있다 보니 같은 이슬람이더라도 아랍 사람들이 입으면 굉장히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고 호전적이고 섬뜩한 이미지가 된다"면서 "똑같은 이슬람을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두 번째로 많은 인도에 적용시키면 이미지가 굉장히 부드럽고 평화로워진다"며 왜곡된 인식 구도를 깨트릴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이날 특강이 마무리된 후 기독교 관계자 20여 명은 이희수 교수에게 '학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양 전달하고 있다', '이슬람을 전파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항의하며 승강이를 벌였다.
한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는 국비유학생으로 이스탄불대학교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은 문화인류학자이자 이슬람 문화 전문가로, 터키,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10년 동안 이슬람 문화를 연구했다. 또한 터키 이스탄불 마르마라대 조교수, OIC 이슬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원, 튀니지사회경제연구소(CERES) 연구원 등을 거쳐 현재는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 한국중동학회 회장, 현재 한국-터키친선협회 사무총장에 재직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