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4.25 14:06:33
앞서 지난 22일 문 전 대표와 김 대표와의 만찬 회동 후 차기 당권 문제 등에 대한 양쪽의 설명이 엇갈리면서 진실공방 양상이 벌어져 급기야 김 대표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를 “더 이상 안 본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날 만찬 회동에서 김 대표가 향후 당 대표를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지만 회동 이후 양측이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경선에 나서시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관심이 없다고 했고, 당이 정비를 하려면 현 비대위 체제를 조금 더 가지고 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전당대회를 열어 서로 경쟁하다 보면 (비례대표 공천 순번을 주류 측이 뒤집은) 중앙위원회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데, 그렇게 과거로 돌아가는 식으로 하면 이 당은 희망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역시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합의추대든 경선이든 당권에 욕심이 없다’고 말해 저도 ‘출마하시면 괜히 상처만 받게 된다’고 말했다”고 전해 ‘합의추대론’은 그래서 사실상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고 문 전 대표는 비대위 체제 연장에 대해서도 즉답을 하지 않아 이후 두 사람은 골이 오히려 깊게 파인 양상을 보였다.
가운데 문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 시간 날 때마다 북한산을 오르면서 지켜본 이해인 수녀의 '산을 보며'라는 시를 띄워 은연중 자신의 심경을 표현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문 전 대표는 이 글에서 "내가 때때로 다니는 북한산 둘레길에 이해인 수녀님의 시가 걸린 시 게시판이 하나 서 있다. 내가 다니는 둘레길 구간에 하나뿐인 시 게시판"이라며 "삶에 지친 도시인들이 산행길에 읽으면 딱 좋음직한 짧고 쉬운 시여서, 볼 때마다 참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 전 대표는 "오며 가며 꽤 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는데도 멈춰서서 찬찬히 읽어보고 지나가는 사람을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우리는 휴일 산행길 조차 바삐 걷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시 게시판을 보지 못하거나 잠깐 멈춰 설 여유가 없는 탓"이라며 "시 게시판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쓸쓸해할 것만 같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문 전 대표가 "북한산 등산로 어느 모퉁이에서 본다고 상상하면서 읽어보길 바라면서..."라며 전문을 소개한 이 시는 '늘 그렇게/고요하고 든든한/푸른 힘으로 나를 지켜주십시오'로 시작돼 '기쁠 때나 슬플 때/나의 삶이 메마르고/참을성이 부족할 때/ 오해받은 일이 억울하여/누구를 용서할 수 없을 때', '나는 창을 열고/당신에게 도움을 청합니다'라는 글귀가 이어진다.
아울러 이 시는 '이름만 불러도 희망이 생기고/바라만 보아도 위로가 되는 산/그 푸른 침묵 속에/기도로 열리는 오늘입니다', '다시 사랑할 힘을 주십시오'로 마무리된다.
한편 문 전 대표는 금주 안으로 경남 양산 자택으로 내려가 양산 생활을 시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 관계자는 "주된 거주지가 양산이 되는 것일 뿐 서울과 호남을 포함해 일이 있을 때마다 자유롭게 다닐 것"이라면서 "다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당분간 공개 행보보다는 비공식적으로 움직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