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 철강제품에 대한 가격인상을 발표한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현대제철 당진공장 작업장.(현대제철 제공)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이 철강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이달 중순부터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2~3만원 인상했다. 이어 3월부터는 톤당 1만원을 추가 인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선박이나 교량 등 대형 철골 구조물에 사용되는 후판 가격 역시 톤당 3~5만원 인상했다.
현대제철도 이달 열연과 냉연강판 유통가격을 톤당 2만원 안팎으로 인상했다. 다음 달부터 두 달에 걸쳐 톤당 약 3만원 추가 인상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건설용 자재로 사용되는 H형강과 철근 가격 역시 톤당 약 2만원 가량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강과 동부제철 역시 지난 1월 유통용 냉연강판 가격을 각각 톤당 2만원, 3만원 인상했다. 여기에 철근, H형강 등 제품도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값 인상과 중국의 내수 제품 가격 인상, 원화 약세, 인건비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고철 원자재 가격 내렸는데 되레 철강제품 인상”
반면, 수요처인 건설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부동산시장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강사들이 원자재 값과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제품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국내 건설 수주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마당에 원자재 가격을 인상한 것은 엎친 데 덮친 격이란 얘기다.
실제로 올해 초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국내 민간주택을 중심으로 수주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
한국건설협회가 조사한 ‘국내건설 수주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건설공사 수주액은 7조 8815억원으로 전년 동월 9조 2119억원에 비해 14.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주액 하락은 민간부문 부진의 영향이 컸다. 공공부문 수주액은 2조 9438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 증가했지만 민간부문은 4조 9377억원으로 21.6%나 감소했다.
덩치가 큰 토목부문은 댐, 항만, 발전설비를 제외한 모든 공종에서 실적이 전년 동월 대비 18.7% 하락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 1월 수주 실적이 전년에 비해 줄어든 요인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대내외 경제여건 불안정 등이 있다”며 “이로 인해 민간 주택을 중심으로 수주 실적이 줄어든 것이 실적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철 원자재 가격의 하락폭만큼 철강제품 가격도 낮춰줘야 한다. 하지만 원자재 수입업체가 원자재 가격이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철강제품 가격을 못 내리는 이유는 처음 수입했던 가격(비싸게 수입한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이라며 “처음 수입했던 가격(비싸게 수입한 가격)을 그대로 적용할 뿐 아니라, 인상까지 했다”고 말했다.
▲철강제품 가격 인상을 놓고 국내 철강사들과 대형 건설사간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사진=연합뉴스)
철강업계 “가공비용 적용하면 많이 오른 것 아니다”
반면 철강업계는 그간 원자재와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진 탓에 수익성이 감소한 이유를 들어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중국 저가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국내 철강기업들은 가격 덤핑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철강업계에 대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철강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자재인 철광석 역시 덩달아 급등한 것. 따라서 한국 철강기업들은 이때를 틈타 중국처럼 철강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그동안 손실분 만회에 나섰다.
중국의 철강가격은 최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철강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1억~1억5000만톤의 철강설비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이후 1분기(1~3월)에만 철광석이 약 32%가량 폭등한 톤당 55.95달러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38.5달러 대비 31.1% 증가한 수치다.
철강업체들은 지난해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철강제품 값을 올리려고 했지만 건설경기 악화와 건설사들의 반발로 인상 시기를 늦췄다고 밝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가공비용이 많이 올랐음에도 이를 철강제품(완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면 실제 올리는 가격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CNB=유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