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3.25 15:05:25
김 대표는 지난 30년 정치 인생을 거치면서 대화와 타협을 정치의 요체로 여기면서 좀처럼 극한까지 가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당초 엄포로 여겨졌던 이번 사태의 전개 양상에선 공천장 직인 거부가 현실화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기존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김 대표는 25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심각하게 당헌·당규를 위반한 공천이기 때문에 내가 받아들일 수 없으며, 특히 무공천에 대한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측근들에게는 "민심에 따라 판단하고, 원칙을 지키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전날 친박계가 독자적으로 최고위를 열어 공천안 추인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무공천’을 선언하고 부산에 내려갔으며, 그리고 대표유고라는 해석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하루 만에 서울로 귀경해 최고위를 소집해 공천안 의결 요구는 거부한 뒤 태연하게 당무를 보는 등 준비도 철저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 대표의 공천안 의결 거부가 관철되면 심지어 유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는 등록 후보가 없어 무투표 당선 가능성도 있으며, 그토록 제거하려 했던 유 의원이 오히려 무혈입성하며 역린을 건드리게 된다.
이 때문에 김 대표로서는 상향식 공천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면서도 비박(비박근혜)계가 우수수 낙천하는 과정에서 무기력했던 모습으로는 총선 이후 큰일을 도모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승부수라는 해석과 함께 실질적으로는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며 독자 노선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론을 꺼냈다가 하루 만에 박 대통령에게 사과하며 체면을 구겼고, 올해 5월 '국회법 파동'에서는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묵인했다는 지적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를 두고 비주류 정두언 의원은 어떤 행동을 취하든 30시간 이내에 입장이 바뀐다는 뜻에서 '30시간의 법칙'이라고 빗대기도 했다.
그러나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공천장에 직인을 거부하는 김 대표를 무너뜨리기 위한 당내 ‘친위 쿠데타'를 계획 중인 것은 물론 김 대표가 직인을 끝내 거부할 경우 손목을 강제로 잡아끌어서라도 직인을 찍게 할 태세를 보이는 등 반발 계수도 강하다.
하지만 지금은 강(强)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지만 기존에 공천안 의결이 보류된 5개 지역(서울 은평을, 서울 송파을, 대구 동구갑, 대구 동구을, 대구 달성)에 주호영 의원의 공천효력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대구 수성을까지 후보 등록을 못할 경우 당이 입을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결국 논란이 되고 있는 5개 지역 가운데 일부 지역만 무공천으로 남기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대표 직인을 지렛대 삼아 거래를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4.13 총선 후보등록 마감시한이 오후 2시 30분 현재 앞으로 3시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 대표의 무공천 옥새투쟁으로 최고조에 다다른 새누리당의 공천갈등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