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50%까지 급등하면서 국내 조선 ‘빅3’가 유가반등을 계기로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 한 달 새 50% 폭등
멈춰선 시추선들 재가동 기대감
“실적 회복 이르다” 신중론도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Brent)가 4주 연속 상승하는 등 최근 국제유가는 지난달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달 배럴당 20달러 중후반까지 추락했다가 22일(현지시간) 현재 39.44달러로 50%가까이 폭등했다. 북해산 브렌트유(Brent)도 지난 1월 27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꾸준히 상승해 현재는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섰다.
산유국들의 공조 움직임이 유가 상승을 견인했다. 세계 원유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산유국 15개국은 다음달 카타르 도하에서 산유량을 올 1월 수준으로 동결하기 위한 회담을 열 예정이다. 15년 만에 처음 산유량 제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국제에너지지구(IEA)가 중동 산유량 동결 합의에 힘을 실으면서 유가상승을 부추겼다.
▲4월 17일 이란과 러시아를 비롯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소속 6개 산유국이 긴급회의를 갖는다.(사진=OPEC 웹사이트)
실제 최근 유가가 상승하면서 그동안 개발사업이 멈춰버린 모잠비크 프로젝트와 나이지리아 봉가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프로젝트, 태국의 우본 플랫폼 프로젝트 등이 올해 안에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영에너지기업 에니(ENI)가 발주하는 모잠비크 프로젝트는 조선 빅3가 모두 뛰어들었으며 봉가 FPSO 프로젝트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우본 플랫폼 프로젝트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경합을 벌이고 있다.
또 석유 메이저사들이 사업성 문제로 미뤄 왔던 광구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여 향후 아프리카, 중동, 러시아, 북해 등지에서 대형 해양플랜트 공사 발주가 예상된다.
이런 기대감은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지난 1월 9만4000원선까지 추락했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최근 11만원을 코 앞에 두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도 99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지금은 1만2000원을 웃돌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주가가 20% 가까이 상승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수주 난을 겪었기 때문에 더 이상 악화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며 “노후 선종의 교체수요가 있고 초대형원유운반선 등의 신규 발주도 어느 정도 예상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낙관하기엔 섣부르다는 평가도 있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 및 이란발 수주모멘텀 기대감에 수급적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조선업종 주가는 최근 두 달간 20~30% 급등했다”며 “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은 돼야 해양플랜트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석유시추(광구개발) 등에 들어가는 해양플랜트 비용이 적정 마진을 남기려면 원유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국내 조선사들의 올해 신규수주는 단 4척에 그치고 있고 수주잔고는 2004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며 “특히 삼성중공업을 제외하면 지난해 해양플랜트 신규수주가 전무한 가운데 올해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CNB=유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