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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 우유 넘치는데 가격은 고고씽…어디서 잘못됐나

미적분보다 복잡한 ‘우유값’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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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03.22 10:57:30

▲우유 재고가 넘친다는 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지만, 소비자가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15년 기준 1인당 GDP 5위인 미국과 비교하면 28위 대한민국 국민은 2배 이상 비싼 우유를 마시고 있다. (사진=방송화면캡처)


수요는 줄고 생산량이 넘쳐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우유는 그렇지 않다. 2015년 기준 1인당 GDP 5위인 미국과 비교하면 28위 대한민국 국민은 2배 이상 비싼 우유를 마시고 있다. 1리터 우유를 편의점 구매 시 3000원 가까이 지불해야 한다. 영유아 자녀를 둔 주부들은 하나같이 “우유는 그렇다 치고 분유까지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한다. 생산량이 남아돈다면서도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우유 가격의 진실을 들여다봤다. (CNB=김유림 기자)

넘치는 유유재고…가격은 세계최고
우유기업 vs 농가 “서로 네 탓”
생산량·유통구조 전면 혁신 시급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우유 재고량이 2013년 9만2677톤에서 2014년 23만2572톤을 기록하며, 2003년 이후 11년 만에 20만톤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역시 전년 동기 8.2% 증가해 25만2762톤을 기록했다.

우유 가격은 2013년 9월 리터당 2510원으로 뛰어오른 이후 지금껏 25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미국, 뉴질랜드 등 주요 선진국이 리터당 1달러(한화 약 1170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략 2배 정도 더 비싼 우유를 마시는 셈이다.

이처럼 우유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왜 소비자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걸까.

유업계는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매년 유대(농가수취 우유 가격) 협상 때마다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다. 양측의 소모전은 급기야 젖소 농가들이 우유를 길바닥에 쏟아버리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 같은 험난한 과정이 되풀이되자 결국 생산자와 유업체 모두 합의하에 정부(낙농진흥회)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바로 원유가격연동제다.

2013년 8월부터 시행됐으며, 생산량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가격을 정한다. 여기에 우유생산비 증감률이 ±4% 미만일 경우 2년마다 가격을 협상하는 누적연동제를 적용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젖소 농가가 유업계로부터 받는 우유 가격은 2014년 기준 리터당 1088원이다. 미국(482원), 일본(915원), 호주(502원), EU(483원), 뉴질랜드(316원) 보다 월등히 높다.

유업계는 정부와 합의를 해놓고 왜 이제 와서 제도 탓을 하는 걸까. 합의 당시와 달라진 시장 상황과 수요량 때문이라고 말한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14년 26.9kg으로, 2000년에 비해 12.7%나 떨어졌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분유와 유제품 수요 감소, 기능성 요거트 등 대체 음료 대거 출시 등으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원유가격연동제는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을 통해 계산하기 때문에 동결 또는 인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02년부터 시행한 ‘원유쿼터제’에 따라 유업계는 소비와 상관없이 매년 일정량의 우유를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

더 희한한 일은 우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유제품 수입은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분유 5699톤이 수입됐다. 이는 FTA 발효 전 5년(2007~2011년) 동안의 평년값 289톤에 비해 1971%나 폭증한 것이다. 치즈 수입량은 같은 기간 1만2901톤에서 5만4821톤으로 424% 늘어났다.

상식적으로 수입은 국내에서 구할 수 없거나 부족할 때 하는 것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빵이나 치즈, 버터 등을 제조하는 데 수입 원유가 국산보다 3분 1 가량 저렴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유가공협회 박상도 전무는 22일 CNB와의 통화에서 “현재 유업계는 학교 급식 우유를 원가(280원)보다 한참 못 미친 150원에 공급하고 있으며, 이미 소비자가도 1+1을 통해 20~30% 싸게 판매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반면 유대는 수요와 시장 가격 폭락과 상관없이 산출된다. 물론 낙농가와 유업계가 합의한 제도지만 수급이 어려울 때는 서로 협의를 통해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공협회는 매일유업, 남양유업, 푸르밀, 한국야쿠르트, 롯데푸드 등 우유 기업들 대부분이 회원으로 등록된 이익단체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가 시행되기 전까지 유대(농가수취 우유 가격) 협상 때마다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으며, 젖소 농가들이 우유를 길바닥에 쏟아버리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사진=방송화면캡처)

하지만 젖소 농가들은 “연동제와는 무관하며, 투명하지 않은 쿼터제(생산량 한정)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쿼터제는 낙농가와 유업계가 상호합의 하에 일정 생산량을 정해, 정해둔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유업계가 낙농가로부터 사들이는 방식을 이른다. 2002년 기록적인 우유 생산 초과 사태가 발생하면서 무한정 생산을 막기 위해 낙농진흥회가 마련한 장치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각 우유기업은 생산량을 일방적으로 농가에 통보하는 방식이며, 쿼터를 넘긴 우유는 리터당 100원에 구매한다. 2014년 말부터 유업체는 쿼터(의무적으로 사들이는 양)를 줄였고, 이에 따라 현재까지 10~15%가량 생산량이 감소됐다. 즉 농가가 생산량을 마음대로 줄이고 늘릴 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높은 중간 유통 마진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지난 10년간 우유의 유통 단계별 마진을 분석한 결과 34%가량을 유통업체(대형마트, 편의점 등)가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8~10% 수준인 미국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차이 난다.

한국낙농육우협회 한지태 실장은 CNB에 “낙농가가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억울하다. 누적연동제에 따라 납품 가격을 이미 몇 년 째 동결했다. 구제역 파동 등으로 젖소(우유)가 부족할 때는 기업이 쿼터 늘이기를 남발해놓고, 지금은 또 줄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젖소가 전년 대비 4.6% 도축됐다. 암컷 젖소의 젖을 짜기 위해서는 28개월 동안 키워야 되는데 그동안 투자한 돈도 다 날아가게 된 셈이다. 쿼터 주도권 자체도 유업체가 가지고 있고 정보 자체도 공개가 안 된다. 농가는 항상 을이고 약자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조정하기 위해 세운 정부기관인 낙농진흥회는 아직까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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