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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필리버스터에 막힌 ‘보험사기특별법’ 운명은

2년 넘게 잠자다 겨우 햇빛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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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6.02.26 08:57:21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국회 통과 여부에 보험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19대 국회에서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오는 5월 19대 국회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폐기 된다. 보험업계의 오랜 숙원이 이번에도 ‘숙원’으로 남는 걸까? (CNB=이성호 기자)

보험사기 급증…보험금 누수 ‘심각’
보험사 속여서 보험금 타면 ‘엄벌’ 
필리버스터 막혀 국회 통과 ‘난항’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금을 노린 살인·상해 등 강력범죄의 처벌 강화와 경각심 환기를 통해 보험사기를 근절하고, 보험사기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3년 8월 박대동 의원(새누리당)이 대표발의했다. 

정희수·김을동·이재영·정갑윤·하태경·박민수·윤명희·이만우·강길부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그동안 쟁점법안들에 밀려 잠자고 있다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의 골자는 금융당국의 사기방지 업무 및 보험사기 처벌 강화다.      

국가는 보험사기방지 전담 상설기구를 설치하고 금융위는 제도개선·정책수립과 관계자에 대한 조사업무를 담당하며, 보험사는 보험사기행위 보고를 강화토록 했다. 보험사기행위 조사과정에서 보험사가 보험계약자 등의 개인정보를 남용하고 권익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비자보호의무도 담았다. 

특히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현행 형법상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지만,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서는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상습범은 가중처벌토록 했다. 

아울러 보험사기행위 관련 확정판결을 받은 자는 보험금 청구권이 소멸됨은 물론 보험금도 반환토록 규정했다.

보험업계 숙원 풀릴까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된 이유는 보험사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보험사기는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보험제도를 부당하게 악용·남용하는 행위로, 국회·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기특별법을 최초 발의한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 (사진=CNB포토뱅크)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2년 4533억원, 2013년 5190억원, 2014년 5997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3105억원으로 추산돼 2014년 상반기 금액(2868억원)보다  8.2% 증가했다.

이러한 보험사기의 급증은 보험금의 누수로 귀결된다. 적발되지 않는 금액을 포함하면 연간 보험사기로 4조원 가량의 금액이 보험사로부터 지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0년 기준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비율은 12.4% 규모로 국민 1인당 7만원, 가구당 20만원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시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험사기에 속아 지출된 보험금은 보험사의 경영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다수의 보험계약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중국 등은 형법에 별도로 보험사기죄를 구분해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반 사기죄와 구분하지 않고 보험사기가 형법상의 사기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범죄로서 성립되고, ‘보험업법’이나 ‘형법’상에 보험사기를 별도로 규율해 처벌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선진국에 비해 처벌이 경미하다. 2012년 보험사기범의 징역형 선고 비율은 22.6%로 일반사기범(2011년 45.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벌금형 선고 비율은 51.1%로 일반사기범의 벌금형 선고 비율(2011년 27.1%)보다 약 2배 정도 높은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업계는 그동안 줄기차게 보험사기방지법의 필요성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10월 손해보험협회·생명보험협회는 여당을 상대로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건의하기도 했다. 

▲보험사기 유형별 적발금액. (자료=금융감독원, 국회입법조사처)


시민단체 “소비자 압박수단 될라”

하지만 특별법 제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회에서 장기간 계류돼 있던 이 법안은 2015년 4월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상정됐으나 법무부가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이견을 제출해 보류됐다. 같은 해 7월 2차로 다시 법안소위에 상정됐으나 보험소비자 보호 관련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심의가 중단됐다. 

이어 지난해 11월 3차로 법안소위 안건으로 다시 올려져 보험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보험회사 조사업무 관련 규정 등을 삭제한 수정 대안이 논의됐다. 그러고도 3개월이 흐른 뒤인 지난 18일에서야 겨우 정무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또 암초를 만났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법안이라 애초 2월 임시국회에서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나서면서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여야가 26일 선거구 획정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를 열기로 한 만큼, 이날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될지 주목된다. 

한편,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25일 CNB와 통화에서 “보험사기를 억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보험사들이 특별법을 악용해 보험소비자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줄이기 위해 선량한 소비자마저 보험사기로 몰거나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사무처장은 “강력한 법이 있다고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다. 법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보험사들이 고객유치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각 계약자의 히스토리에 맞게 보험을 설계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가입을 제한하는 등의 노력으로 보험사기를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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