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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기차표 보다 싼 비행기표 왜 자꾸 쏟아지나

막 올린 저가항공 대전…항공사 출혈경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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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02.16 13:56:23

▲저가항공 경쟁이 불붙으면서 한 푼이라도 더 싼 비행기표를 찾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각종 여행동호회 게시판에 올라온 비행기표 싸게 사는 법에 대한 ‘꿀팁’들.

저비용항공사들이 잇달아 값싼 비행기 표를 내놓으면서 항공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메이저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까지 가격경쟁에 뛰어들면서 서울~제주 간 편도 5000원대 항공권까지 등장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가 5~6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기차표의 10분의 1수준의 비행기표가 나온 셈. 항공사들이 이처럼 싼 가격에 항공권을 내놓는 이유는 뭘까? (CNB=김유림 기자)

제주관광객 급증…저가경쟁 불붙어
저가항공사 봇물 ‘출혈 경쟁’ 치열
기차표보다 10배 싼 항공권 등장

국내 저가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15일~22일 항공권 초특가 ‘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제주항공은 앞서 지난 1월 진행한 이벤트에서 21만명이 예약시스템에 동시에 접속해 서버 마비사태를 빚은바 있다.

이에 불편을 겪었던 소비자들에게 애초 계획했던 3만3000석보다 1만석 늘려 4만3000석을 선착순으로 특가 판매한다. 이 중 김포~제주노선은 편도 최저 5900원이다.

또 티웨이항공은 15일~21일 모바일을 통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김포~제주 노선 2인의 왕복 총액운임은 4만2400원, 3인 4만7400원부터 판매된다. 특히 3인의 경우 1인당 왕복 요금이 1만5800원에 불과하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저가항공사 에어부산은 15일~19일 ‘플라이 앤 세일’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김포~제주노선 항공권을 편도 기준 9900원에 판매하며, 탑승권은 3월 달에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진에어와 이스타항공도 특가 항공권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대형항공사까지 가세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6일~29일까지 ‘리멤버 1988’ 이벤트를 진행한다. 국내선 전 노선 왕복 항공권을 2만8000원에 판매하며, 사용기간은 3월이다. 아직 대한항공은 특가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너도나도 ‘초특가 마케팅’ 유혹

이들 항공사들이 치열한 저가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우선 여행업계는 저비용항공사들의 대거 출현을 이유로 꼽고 있다.

예전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존재했다. 2005년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을 시작으로 현재 저가항공은 총 7곳이며, 에어서울이 올해 취항을 앞두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특가 항공권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항공기.

이들 저비용항공사는 메이저항공사의 80% 수준에서 비행기표를 판매하고 있다. 여기다 각종 프로모션 등을 통해 절반 가까운 값에 항공권을 파는 경우가 많으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여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항공사들의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료 가격은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는 추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싼 비행기표를 내놓을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0년 배럴당 123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는 15일(현지 시간) 기준 배럴당 29.2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계속된 유가 하락으로 항공업계는 지난해 메르스사태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들은 메르스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사상 초유의 저유가에 힘입어 전반적인 실적은 오히려 개선됐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266억원으로 전년대비 58.6% 늘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1% 감소했지만 국내 노선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했다는 평이다.

또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연속 0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번 달부터 국내선도 유류할증료가 면제됐다.

성수기·비성수기 경계 사라지나

제주만의 독특한 여행 패턴도 이유로 꼽힌다. 통상 내륙 여행의 경우, 비수기와 성수기가 크게 나눠져 있지 않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인데다 토요일 휴무제가 실시되면서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많이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제주도의 경우는 다르다. 계절적 요인보다는 초·중·고·대학생들의 학기와 맞물려 성수기와 비수기가 구분된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이는 제주여행이 당일치기나 1박2일 정도가 아닌 한번 가면 며칠씩 머무르는 데 그 특성이 있다. 따라서 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9월이 비수기로 꼽히고, 여름방학과 직장인들의 여름휴가가 몰려있는 7~8월은 극성수기, 1~2월이 성수기로 요약된다.

그러다보니 비수기에는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업계가 경쟁적으로 비행기 운임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 운수업은 빈 좌석이 하나라도 나오면 그만큼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공석을 최소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초특가 항공권은 비수기에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비수기 평일에는 탑승률이 현저히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싼 비행기 표가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저가항공사 출현 후 3배 이상 급증한 관광객들로 인해 제주공항이 1년 내내 북적이고 있다. (사진=김유림 기자)

하지만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구분만으로 저가항공 경쟁을 다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주장도 있다. 제주도에서 점차 성수기-비성수기 구분이 사라지면서 특가항공권이 나오고 이것이 전체 저가항공 시장을 가열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제주관광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 관광객 수는 1300만명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기록했다. 저가항공이 출현하기 전인 2004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메이저항공사만 존재할 때는 김포-제주 노선은 60~70% 정도 공석인 채로 운항될 때가 종종 있었다”며 “그러나 저가항공사들 출현 이후 항공료의 경제적 부담 경감 현상이 일어났고, 이 때문에 연중 빈 좌석이 10%도 안 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 간의 간극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단 얘기다.

여기다 초특가 판매로 인한 마케팅 효과도 항공업계로서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실제로 특가 항공권 판매 소식은 입소문을 타고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대거 예약 홈페이지에 몰리게 되고, 항공사 이름은 포털사이트 상위권에 오르내리게 된다. 또 선착순 예약에 실패한 사람들은 덩달아 정상가로 판매하는 항공권을 구매하는 효과도 나타난다.

이처럼 경쟁이 가열되면서 제살 깎아먹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3.2%에서 3.0%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경기 악화는 여행업계에도 치명상을 입힐 우려가 있고, 이는 항공업계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같은 저가항공 경쟁이 결국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저유가로 당장 수익이 개선된 것은 맞지만, 장기적으로 국내외 경기가 얼어붙고 있어 여행객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식의 저가항공 경쟁은 제살을 깎아먹는 부메랑이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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