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2.02 11:33:31
조 전 비서관은 지난 2014년말 정치권을 뒤흔든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됐던 핵심 당사자 중 한 명으로, 현 정부의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제1야당인 더민주에 입당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전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박관천 경정과 함께 2013년 6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비선실세'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담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불린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 측에 수시로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상태다.
대구 출신인 조 전 비서관은 사건 후 부인과 함께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서울 마포갑 지역구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안대희 전 대법관의 '맞불카드'로 조 전 비서관을 투입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의 입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 출범 이후 첫 영입이지만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의 '인재 영입' 시리즈의 마지막 인물이라는 후문이다. 그는 최근까지도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으로부터도 영입 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문 전 대표 측이 지난 3개월에 걸쳐 조 전 비서관을 설득했으며 막판에는 문 전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앞두고 직접 나서 조 전 비서관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하면서 "김종인 위원장에 이어 조 전 비서관 영입으로 박근혜 정권에 반대하는 상징적 인사들이 더민주에 합류한 것이며 이번 총선을 박근혜 정권 대(對) 반(反) 박근혜 정권의 '일 대 일 전선'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1992년 검사 임용 후 대구지검 공안부장과 수원지검 공안부장, 법무부장관 정책보좌관, 국정원장 특보를 지낸 공안통으로 알려져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리 배포한 인사말에서 “‘대구 출신 現정부 청와대 비서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黨’, ‘미래가 불확실한 黨’이라는 이유로 만류하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다. 아내는 정치 입문이 몰고 올 파장을 두려워하며 저를 원망하고 있다. 오늘이 바로 '레테의 강'을 건너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 전 비서관은 “불의한 권력과 잘못된 정치는 우리 모두를 절망하게 만든다. 그러나 절망의 늪에서 우리를 건져낼 수 있는 것도 정치일 수밖에 없다”며 “현실 정치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누군가는 그 진흙탕에 뛰어들어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잘못된 권력을 바로세우고 국정을 바로세우고 나라를 바로가게 하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희망을 일구고 싶다”고 자신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조 전 비서관은 “그동안 여당뿐 아니라 야당이 보여준 모습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며 “수권(授權) 보다는 한줌도 안되는 당내 헤게모니에 골몰하는 사람들, 긍정보다는 부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에게서 안정감을 찾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전 비서관은 “그러나 최근의 더불어민주당에서 희망을 보았다. 처절한 반성과 혁신을 통해 새로 거듭나고,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았다”며 “그리고 새로운 사람의 마음을 얻고자 부끄럽고 아픈 곳도 드러내며 ‘새로 태어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거듭 부탁하는 과정에서 진정성을 보았다. 그래서, 유일한 대안세력,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제가 살아온 일생을 모두 맡기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혁신과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고 성공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2일 문건유출 파동의 당사자인 조 전 비서관이 더민주에 전격 입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특별히 말할 게 없다"며 대응을 자제했다.
2014년 11월 터진 '정윤회 비선실세 및 국정농단' 의혹을 담은 문건의 유출로 박근혜 정부가 큰 타격을 입었고, 검찰 수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발표된 상황에서 조 전 비서관의 제1야당 입당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황당하고 불쾌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청와대에서 정치적인, 불순한 의도로 일을 하면서 문건을 유출한 것임이 드러났다"고 말했으며, 다른 관계자도는 "사실과 다른 찌라시 수준의 문건 유출에 연관돼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가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응천 전 비서관의 더불어민주당 입당인사 전문이다.
저는 오늘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합니다.
‘대구 출신 現정부 청와대 비서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黨’, ‘미래가 불확실한 黨’이라는 이유로 만류하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아내는 정치 입문이 몰고 올 파장을 두려워하며 저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레테의 강”을 건너는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90년대 초 검사 임관 이래 법무장관 정책보좌관, 국정원장 특보, 변호사, 청와대 비서관까지 얕은 지식으로 법조에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나 ‘파사현정(破邪顯正)’,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초심이 있었고, ‘부정’과 ‘불의’에 맞서 싸우고 ‘정의’와 ‘진실’을 세우고자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최근 1년간 아내와 함께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자영업자들의 삶과 애환을 직접 겪기도 하였습니다.
저에게도 정치는 무시와 비난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먹고서야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 ‘세상의 큰 변화와 발전은 정치를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불의한 권력과 잘못된 정치는 우리 모두를 절망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절망의 늪에서 우리를 건져낼 수 있는 것도 정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 정치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누군가는 그 진흙탕에 뛰어 들어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잘못된 권력을 바로세우고 국정을 바로세우고 나라를 바로가게 하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희망을 일구고 싶습니다.
그동안 여당뿐 아니라 야당이 보여준 모습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수권(授權) 보다는 한줌도 안되는 당내 헤게모니에 골몰하는 사람들, 긍정보다는 부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에게서 안정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절박한 살림살이에 대한 공감도 없는 사람들, 암울한 경제 현실에 대한 해법도 없고 고민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야당은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입만 열면 시대를 거꾸로 돌리고,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고, 외교?안보에 무능하다고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무기력한 야당 때문에 정작 국민들이 기댈 곳은 어디도 없었습니다.
사회전반의 정치 불신, 희망의 상실, 무기력의 원인 중 상당부분은 야당의 몫입니다. 강한 야당만이 강한 여당, 강한 정부, 그리고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야당은 바로서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야만 브레이크없는 역주행을 막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최근의 ‘더불어민주당’에서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처절한 반성과 혁신을 통해 새로 거듭나고,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의 마음을 얻고자 부끄럽고 아픈 곳도 드러내며 “새로 태어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거듭 부탁하는 과정에서 진정성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유일한 대안세력,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제가 살아온 일생을 모두 맡기기로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혁신과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고 성공의 밀알이 되고자 합니다.
공자(孔子)께서는 ‘선비의 본무(本務)인 사회정의의 실현에는 아무 관심없이 이쪽, 저쪽의 가운데에 서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사이비 지식인” 즉 “향원(鄕原)”이라고 했습니다.
이쪽과 저쪽의 가운데가 아니라, 의로운 쪽에 서는 것이 옳은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중도(中道)입니다.
저는 그 中道에 서서 야당을 혁신하고, 정치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데 미력이라도 보태겠습니다. 온당(穩當)하지 않은 것을 본다면 과감히 맞설 것입니다.
그리고 자영업자로 살면서 겪은 서민들의 아픔에도 민감하게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지겹도록 그리고 진심으로 저희 부부를 설득한 몇 분이 있습니다. 현실정치 참여를 주저하는 저와 혹시 제가 결심할까봐 두려워하는 아내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수없이 저희 식당을 찾아주셨습니다. 마지막 결정 과정에 저희 부부 마음을 움직인 말이 있었습니다. “내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의 시작 아니겠습니까.”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