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림산업의 ‘아크로’와 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현대건설 ‘디-에이치’ 브랜드.(사진=각사)
건설사들 앞다퉈 고급브랜드 출시
새 브랜드 앞세워 분양 쏠쏠한 재미
기존 아파트는 집값 떨어질라 반발
▲반포삼호가든 3차 시공권을 놓고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롯데건설이 각축전을 벌인 결과 현대건설이 ‘디-에이치’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재건축 수주를 따냈다.(사진=CNB유명환)
현대건설은 일반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보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디에이치를 통해 강남 일대의 고급 주택 시장과 재건축 아파트 수주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새롭게 선보인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는 지난해 6월 현대건설이 서울 반포 삼호가든맨션 3차 재건축 수주를 따내면서 최초로 공개한 브랜드다.
당초 디에이치는 반포 삼호가든 3차 재건축 단지에만 붙는 일회성 브랜드로 계획됐다.
당시 현대건설은 대림산업과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삼호가든 3차 조합원들의 마음을 현대건설로 돌리기 위해 디에이치를 전면에 내세워 경쟁사인 대림산업을 20표 차이로 따돌렸다.
이후 디에이치를 다른 아파트 건설현장에도 적용할지를 두고 현대건설의 고민은 깊어졌다.
우선 삼호가든 3차 조합원들에게 ‘오직 삼호가든3차 재건축 단지에만 허용되는 디에이치 브랜드’라는 희소성을 내세워 수주에 성공한 만큼 다른 단지에도 섣불리 디에이치라는 이름을 허용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 기존에 현대건설의 브랜드인 힐스테이트가 아직 업계에서 현대건설이 지닌 위치만큼 브랜드 파워가 견고하지 못해 새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내세울 경우 차칫 기존의 힐스테이트 브랜드가 디에이치와 비교돼 ‘하위급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실제로 최근 브랜드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이 각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 파워를 조사한 결과,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는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GS건설의 자이에 뒤처지는 5위에 랭크됐다. 건설 종가인 현대건설의 브랜드 순위로서는 만족할 수 없는 위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연이어 강남 재건축 단지의 수주와 분양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강남이라는 노른자위 시장에서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브랜드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건설이 올해 삼호가든3차와 개포 1·3·8단지 재건축 수주에 성공하면서 새 먹거리를 대거 확보한 만큼 새판 짜기에 나서는 현대건설의 입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새 브랜드인 디에이치는 3.3㎡당 분양가가 3500만원 이상 나가는 고급 단지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돼 확실한 품질관리를 강점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공급 예정인 개포 주공 3단지 재건축을 시작으로 강남 일대에 디에이치 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라면서도 강남 외 지역으로 브랜드를 확산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도 최근 신년간담회에서 강남 외 지역으로 브랜드를 확대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현대건설이 올해 상반기에 선보일 반포 디-에이치 1호 투시도.(사진=현대건설)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전쟁의 시초는 지난 2013년 분양된 대림산업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다. 당시 3.3㎡당 평균 분양가가 4130만원이라는 역대 최고가 분양가로 논란을 빚었지만 완판에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기존의 래미안 브랜드에 에스티지와 에스티지S를 추가해 각각 서초 우성 3차와 서초 우성 2차 재건축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도 기존의 푸르지오 브랜드의 상위 프리미엄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으로 ‘몸값’이 비싼 반포와 서초, 용산 3개 단지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등 브랜드 가치 올리기에 열심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건설사들이 우후죽순 고급 브랜드를 만들어 경쟁하는 것이 ‘제살 깎아먹기’라는 지적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 열기가 뜨거울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한 분양가 상승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자사 브랜드끼리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기존 브랜드와의 차별성이 부족할 경우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발생할 수 있는 등 건설사가 감당해야 될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대건설이 반포 삼호가든3차 입찰 당시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과 기존 힐스테이트 입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수주전에서 고초를 겪은 바 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책임연구원은 “과거 현대홈타운이나 삼성아파트 입주민들이 자신들의 단지 이름을 힐스테이트, 래미안으로 바꿔달라 한 것과 같은 사태가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다”면서 “건설사들이 단지 규모나 조경면적 등 나름의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 기준을 명확히 정해놓는 것이 향후 아파트 가치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CNB=유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