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지난 20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자료제공=경실련)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늪에 빠졌다.
문 이사장은 지난해 8월 메르스 사태 부실 대처로 보건복지부 장관직에서 경질됐었으나 4개월 뒤인 12월 31일자로 국민연금 수장으로 취임했다. 그런 그에게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것.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 20일 메르스 사태 관련 직무유기의 책임을 물어 문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앞서 감사원은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결과를 발표, 메르스 사전대비 업무와 확진자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 병원명 공개 등 방역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질병관리본부장 등 관련자 16명을 징계토록 해당부처에 요구했다.
하지만 문 전 장관은 징계 대상에서 빠져 면죄부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 이에 경실련은 메르스 사태에 있어서 총괄책임자인 문 전 장관이 단순한 직무태만을 넘어서 (병원명 등) 주요 정보를 비공개하는 등 직무유기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은 고발장에서 “문 전 장관이 헌법에 따라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나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다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대표고발인으로 이름을 올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 국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남 국장과의 일문일답.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 국장 (사진=이성호 기자)
-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하게 된 배경은.
정부가 메르스 초기 방역대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따라서 경실련에서는 문제제기를 계속 해왔고 그 일환으로 피해자들과 함께 국가 등을 상대로 총 13건의 손해배상청구 공익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감사원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감사결과가 발표됐다. 감사원에 의하면 병원명 공개 요구가 제기됐지만 정보 비공개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병원들의 이익을 보호하다가 피해가 훨씬 커진 것.
경실련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히 공무원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판단, 그 모든 것들을 총괄해 책임졌던 복지부 장관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에 (문 전 장관을) 고발한 것이다.
- 고발인으로 메르스로 감염돼 사망한 환자의 가족도 참여했는데.
실질적인 당사자는 메르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문 전 장관에게 책임을 묻기로 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가를 상대로 손배소를 진행하고 있는 몇 분에게 의향을 물어 그중 한분이 상징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 병원명 미공개에 직무유기의 방점을 찍고 있나.
환자와 접촉하지 않아도 타 병실에 있거나 단순히 병원을 출입만 했던 사람도 감염이 됐다.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전방위적으로 확산이 된다는 근거로 당연히 정부가 병원명 등 주요정보를 재빨리 공표했더라면 국민들이 해당 장소에 있었을 경우 스스로 신고도 하고 검사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그 때를 놓친 것이다.
자신이 감염이 됐는지 접촉했는지 알 수가 없기에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감사원 조사를 통해 밝혀졌고 이 부문에 대해선 명백하게 정부가 잘못했고 혼란을 자초한 것이다.
- 감사원에서 징계를 요구한 16명도 따로 사법처리가 필요한가.
병원명 등 정보를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결정의 문제였기 때문에 해당 실무자 한 두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최종 결정권자 즉 지휘하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 문 전 장관이 경질된 이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취임 했는데.
청와대나 정부차원에서는 문 전 장관이 메르스와 관련한 여러 가지 책임을 사퇴로 마무리했다고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
- 검찰 수사에 거는 기대는.
검찰에서 의지를 가지고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고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본다. 워낙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고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정부의 미흡한 대응과 관련자 징계 조치도 경미했다. 책임을 축소하고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들었고, 그렇다면 전체적인 부문에서 총괄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 메르스 이후 앞으로 어떤 대응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나.
초기 대응을 위해선 감염병과 관련된 정보나 사실관계 확인 등 파악하는 시스템, 특히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을 양성해야 한다. 유행 감염병 관련 정보들을 상시 파악하고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질병이 확산되면서 조치할 수 있는 공공병원들이 매우 부족했다, 시설·인력을 키워야 한다. 근본적으로 정부 대책은 민간병원에 그러한 기능을 일부 주겠다고 하는데 사실 불가능하다. 일부 병원에서 감염병에 노출됐다라는 게 알려지면 여러 가지 손실이나 이익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처벌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환자를 거부하는 일도 있다. 공공의료시설 및 인력들을 원활하게 확충할 수 있는 수급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 민간병원들에게도 책임이 있나.
이번 사태는 정부책임이 컸기 때문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고 앞으로 민간병원에 대한 징계나 행정조치가 나올 것이지만 지켜 볼 일이다. 정부가 병원에 대해서 미흡한 점이 무엇이었는지 조사해서 밝혀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
피해자들의 여러 가지 주장 및 증거들을 살펴보면 민간병원들이 환자들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정부의 무능과 병원의 안일한 위치, 마스크를 쓰지 않은 병원 인력들도 많았고 메르스가 발발하고 있음을 알고서도 환자 가족들에게 전혀 적극적으로 조치를 하지 않았다.
- 환자 측 소송인들의 재판 흐름은.
현재까지 소송인들이 직접 겪은 당시 상황과 진료기록부 외에는 국가·지자체·병원의 잘못을 입증할만한 자료들이 없었는데 그나마 감사원에서 여러 가지 조사한 결과들이 나왔다. 객관적인 자료가 생긴 것으로 이를 토대로 인과관계를 따져 책임소재를 다툴 수 있게 됐다. 정부 등의 조치 및 과실 등이 명확하게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 국민들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나.
의료는 공익적 성격을 띤 공공재다. 하지만 95%가 민간의료다. 사실상 영리 목적이다. 내가 치료를 받는 것이 적절한지 아닌지 늘 의심과 부담 속에서 병원에 다녀야 한다. 영리화 돼 있는 현 의료체계에서 최소한의 공공의 역할과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분명히 드러났다.
왜냐면 환자가 속출했지만 보낼 병원이 없었다. 감염자들은 계속 나오고 격리를 해야 하는데 격리병실이 없고 확진환자에 대해 치료할 인력도 부족했다. 국가가 대응체계를 마련해 놓고 질병 발생 시 초기에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만약 실패했다면 확산을 방지하고 감염자들을 빨리 치료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아무것도 준비돼 있지 않았고 여태까지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느끼지 못했다. 메르스를 통해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위험한 질병에 누구나 노출될 수 있고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과 직결된다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국가재난상황에서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공의료는 정부가 마련토록 촉구해야 한다.
- 향후 계획은.
일단 메르스 관련 소송이 시작돼 변론들이 진행되고 있어 여기에 대처하면서 필요시 대내외적으로 알려야할 부문이 있으면 알려야 하고 적극적으로 피해구제를 꾀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를 상대로는 대형 감염병 관련 정책에 대해 문제점이 있으면 이의를 제기하고, 개선방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