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자, 우리 하나 된 힘으로
지금 우리는, 우리 모두는
가슴 가슴에 뜨거움 하나씩 품고 여기 섰다
드높은 파도와 거센 바람에도
살과 뼈와 피와 눈물로 함께 빚은
우리의 간절한 소망은 부서지지 않는다
우리의 뜨거운 다짐은 식지 않는다
보아라!
오대양 육대주로 활짝 열린 동해가
지난 밤 길고 긴 잉태의 시간을 뒤척이며
크고 환한 꿈을 키우는 동안
북녘 백두에서 분단의 허리를 넘어
한반도의 새벽을 여는 이곳
연오랑 세오녀의 신화가 신비롭게 꿈틀대는 이곳으로
뜨거운 염원 하나 단숨에 휘달려 온 것을
일찍이 만주 대륙을 향해
지축을 흔들며 포효했던 호랑이의 웅혼한 기상이
금빛 눈부신 빛살로 뻗어나가는 것을
우리는 이곳에서 거센 모랫바람을 가르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빛나는 신화를 이룩하였느니
우리에게는 푸르게 용솟음치는 가슴이 있다
용광로처럼 뜨겁게 끓어오르는 열정이 있다
어둠의 터널은 벌써 산을 넘었다
소용돌이치는 격랑의 파도마저
둥근 영일만의 품 안에서 평화로이 숨죽였다
지금 막
새해 새날의 여명을 가르고
붉은 햇덩이 하나 새로이 탄생하는 순간이
장엄하게 열리고 있느니
겨레여 민족이여
당기자, 당겨 올리자
우리 하나 된 힘으로
삼백 예순 다섯 날, 이 땅 한반도를 찬란히 비출
한 덩이 고웁고 맑은 새해 새빛을
칠천만 동포에게 고루 미소 지어
통일의 그날까지 환하게 비출
눈부신 희망을
서숙희
<매일신문>,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월간문학≫소설부문 신인상 당선
김상옥시조문학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열린시학상, 경상북도문학상 수상
시집 『아득한 중심』 『손이 작은 그 여자』 『그대 아니라도 꽃은 피어』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오늘의시조시인협회 운영위원, 경북여성예술인포럼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