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감사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포기를 선언한 '대운하 공약'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을 진행하는 바람에 건설사들이 담합을 통해 공사를 나눠가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강 이포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금강 공주보, 영산강 승촌보, 낙동강 강정고령보.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공사’를 담합한 건설업체 6곳에 벌금형을 부과하면서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4대강 사업 관련 재판이 일단락 됐다. 하지만 그동안 재판에 영향을 줄까봐 입을 다물어 왔던 일부 건설사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여진이 남아있다. 4대강 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면서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이미지 손상은 물론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CNB가 대법원 판결로 마무리된 ‘4대강 재판’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CNB=유명환 기자)
검찰·공정위·감사원…3년간 수난시대
떠들썩했던 4대강, 실제론 건설사 무덤
참여 건설사 총 적자규모 2천억 넘어
건설사들 “사업실패 희생양 됐다” 주장
4일 한 건설사 관계자는 CNB와 만나 “4대강 공사는 정부가 하는 사업이라 울며 겨자먹지 식으로 참여했는데, 공사 마무리 시점에 대부분 업체들이 받은 돈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며 “지난 3년간 숱한 비판을 받았고, 당초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밀어붙이다 보니 4대강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였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4대강 공사를 진행하면서 1사1공구제를 통해 공기단축을 압박했다. 사실상 정부가 업체 간 담합을 시킨 것이나 다름없다”며 최근 판결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앞서 대법원 2부(김창석 대법관)는 지난달 벌금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4대강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은 벌금 7500만 원, 삼성중공업은 벌금 5000만 원을 물게 됐다.
재판부는 2심까지 벌금 7500만 원을 선고받은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통합으로 법인이 존속하지 않는다고 보고 공소를 기각했다.
벌금 7500만 원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담합행위를 한 업체에 법원이 내릴 수 있는 최고 형량이다.
이들은 2009년 1월부터 9월까지 14개 보(洑) 공사 입찰에서 건설사 협의체를 만들어놓고 ‘들러리 설계’등 수법을 동원해 담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판결은 검찰이 감사원 조사결과 등을 근거로 지난 2013년 4대강 비리 수사에 착수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검찰은 담합에 가담한 건설업체 11곳과 전·현직 임원 22명을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투입된 국가재정 규모가 방대하고 사업의 정당성 자체에 대한 국민적 논란까지 많아 절차적 공정성·투명성 확보가 특히 중요하다”며 건설업체 7곳에 각각 벌금 7500만원을 선고했었다.

▲24일 건설사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형 건설사 6곳에 벌금 7000만 원을 부과했따.(사진=CNB)
건설사들 “우리도 피해자”
하지만 이같은 법원 판결에 대해 건설사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건설사들은 지난 2012년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때부터 일관되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8개 건설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1115억 4600만 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금호산업과 쌍용건설, 삼환기업, 계룡건설, 코오롱글로벌, 경남기업 등 8개사는 시정명령, 롯데건설과 두산건설, 동부건설은 경고조치를 받았다.
당시 건설업계는 공정위 발표에 대해 “4대강 사업은 개별 건설사가 이윤을 목적으로 선택, 입찰한 것이 아니라 건설업계 전체가 손해 볼 것을 각오하는 동원된 사업”이라면서 “공사 준비는 물론 설계 변경도 쉽지 않아 공사 기간 내내 고생했는데, 마지막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까지 받으니 당혹스럽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담합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문제 삼은 업체 간 회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공공공사로 발주되기 전 민자사업인 한반도대운하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리”라며 “담합이라면 공사비를 올리려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 이득을 취해야 하지만 이 가운데 어떤 것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었다.
4대강 사업에 실제 들어간 공사금액보다 지급받은 공사비가 적어 손실을 봤음에도 되레 담합했다는 누명을 썼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설업계가 자체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월 선도사업으로 발주된 금강살리기 행복1공구(금남보)를 제외한 15개 공구 평균 공사실행률(공사계약금액 대비 실제 투입된 비용)은 106%이며 적자 규모는 총 2348억12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실행률 106%면 100억원 공사에서 6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의미다. 15개 공구 중 흑자를 낸 곳은 대림산업의 한강살리기 3공구(이포보)와 삼성물산의 한강살리기 4공구(여주보) 정도다. 나머지 14개 공구는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는 주장이다.
공구별로는 현대건설이 시공한 낙동강살리기 22공구(달성보)가 실행률 115%를 기록해 무려 529억7700만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GS건설이 시공했던 낙동강살리기 18공구(함안보)는 94.46%의 낙찰률에도 433억3000만 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유일한 중견건설사인 한양 역시 영산강살리기 6공구(승촌보)를 시공했지만 249억51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가 담합 유도?
한편으로는 정부가 가격담합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감사원은 지난 2011년 1월부터 지난 2013년 10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실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감사’ 결과 사업 주무주처인 국토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고 ▲건설사들에게 입찰정보를 사전에 유출하는 등 가격담합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국토부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대형건설사들에 4대강 살리기 사업 담합의 빌미를 제공했음에도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대한 추가감사를 실시하지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지도 않았다.
특히 수공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는데도 이를 제대로 감사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4대강 사업 위헌 위법 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이 2009년 11월 제기한 소송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CNB=유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