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사간 잠정합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양측 노조간 첨애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사진=CNB)
지난 24일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발표했지만, 이를 두고 현대차노조는 “선방했다”라는 반응을 보인 반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8일 진행되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현대차는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지만 현대중공업은 안개 속이다. (CNB=유명환 기자)
현대車·현대重 노사협상 결과 확연한 차이
현대重 일부 노조원 “가결되면 노조탈퇴”
28일 양대 노사 찬반투표, 임단협 ‘분수령’
지난 24일 현대중공업 노사는 오전 울산 본사에서 속개된 43차 임금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타결했다.
합의 내용은 기본급 동결을 골자로 ▲호봉승급분 2만3000원 인상 ▲격려금 100%+150만 원 ▲자격수당 인상 등 임금체계 개선 ▲성과급 지급 기준 개선, 사내근로복지기금 20억 원 출연 ▲특별휴가 1일 등에 대해 합의했다.
아울러 격려금과 성과급 가운데 100%씩은 회사의 현금지급 능력을 고려해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은 임금 12만7560원 인상(기본급 대비 6.77%) 및 별도 호봉승급분,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고용안정협약서 체결 등에 대해 집행부를 찾아가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조합원들의 “잠정합의안 결사반대”, “가결될 시 조합 탈퇴”, “집행위 쟁의대책위원회 지침을 하나도 실천 못 해” 등 현 집행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노조 게시판에 쇄도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기본급 동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6월 25일 첫 교섭을 가진 이후 총 43차례 교섭을 진행했고, 이 기간 정병모 위원장을 비롯한 전임 노조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면서 백형록 위원장을 수장으로 하는 신임 노조 집행부가 이달 들어 바통을 이어받아 교섭을 이어갔지만 조합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조합원들 사이의 공기는 괜찮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기본급이 동결된 반면 현대차는 기본급, 성과급 등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같은날 현대자동차 노사는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제 32차 본교섭을 열고 자정을 넘긴 마라톤 교섭 끝에 24일 오전에 2015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노사가 잠정합의한 내용은 ▲기본급 8만5000원 인상에 일시금으로 월 급여의 400%와 추가 400만 원 지급 ▲일시금에는 성과급 300%+200만 원 ▲품질격려금 50%+100만 원 외에 제네시스 EQ900 런칭 격려금 명목으로 50%+100만원이 추가됐다. 아울러 별도합의주식 20주,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도 합의 내용에 포함됐다.
앞서 노사는 지난 6월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9월 22일까지 총 28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양측은 노조의 집행부 선거 이전에 타결을 시도했으나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새롭게 당선된 박유기 노조 집행부와 사측이 지난 15일 협상을 재개해 미타결 쟁점을 중심으로 집중교섭을 벌였다.
이번 잠정 합의안 타결의 배경에는 노사가 연내 타결에 실패했을 경우, 파업으로 협력사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 닥칠 것이라는 있다는 위기감과 이런 파국만은 막자는 노사 간 의지가 있었다. 이런 공감대가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 사측은 노조의 해외·국내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해고자 복직,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등 인사 경영권 관련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불가’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극적으로 임단협이 타결됐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우선 현대차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신(新) 임금체계’ 도입이 회사의 중장기적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제인 만큼 내년 단체교섭시까지 지속 논의한 뒤 구체적 시행방안을 마련해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 임단협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였던 ‘임금피크제’ 역시 현재 만 58세를 정점으로 59세 때 임금 동결과 60세 때 전년 대비 임금 10% 감소 형태로 운영 중인 제도에 대해 확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내년으로 미뤘다.

▲28일 오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한 노조원이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합원 찬반투표, 누가 웃을까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모두 오는 28일 열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노사협상 결과를 결정짓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임금 인상폭이 전년보다 다소 줄었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아 조합원들의 찬성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인금협상에서 큰 실익을 얻지 못해 조합원들의 찬성표를 얻는데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협상안이 가결되더라도 일부 조합원의 반발이 거세 한동안 후유증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조선업계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회사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노조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28일 오전6시부터 오전 11시30분까지 전 조합원 4만7000여명을 상대로 찬반투표를 실시하며,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를 실시한다.
(CNB=유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