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5.11.03 13:52:44
순천만을 정원으로 조성한 것은 생태자원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순천만 입장을 유료화한 이후 탐방객은 2011년 198만명에서 2012년 235만명으로 급증했다. 갈대축제를 통해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탐방객들은 갈대밭과 갯벌은 물론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등 국내 철새의 50%에 달하는 230여종 철새와 갈대칠면초 등 120여종의 식물, 짱뚱어 등 저서생물 300여종이 서식하는 현장을 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200만명의 탐방객은 순천만에 흔적을 남기게 되고, 이는 생태보존에 위험요인이 됐다. 또 승용차 등 100만대 이상 차량에서 내뿜는 배기가스도 마찬가지였다.
임영모 순천시 국가정원운영과장은 "탐방객들은 순천만 일대 후방에서 경관을 둘러보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연구를 목적으로 한 전문가 등에 한해 습지를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순천만국가정원의 첫 출발은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다. 자연과 생태를 시대정신으로, 순천의 경제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꿀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순천만정원박람회를 추진한 노관규 전 순천시장은 정원박람회는 순천만의 조건과 생태를 중요시하는 트렌드를 접목한 것으로, 한방 약초를 이용한 뷰티산업과 화훼 조경산업을 통한 농민 소득향상 등 지역의 경제구조를 확실하게 바꿔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내 반대여론에 맞닥뜨렸다.
시의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주로 농지를 정원으로 조성한다는 게 옳지 않다는 점과 시 예산이 과다하게 소요된다는 점, 그리고 운영 수익과 사후활용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점 등이었다. 물론 도시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찬성의견도 있었으나 반대여론의 기세을 넘어서지 못했다.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시의원들의 쏟아지는 반대 의견에 사소한 부분까지 설명하며 협조를 구했다. 국제행사 승인을 얻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를 줄기차게 오르내렸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벌였다.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시의회는 박람회를 6개월 앞두고 예산을 최종 승인했다.
임영모 과장은 "'정원을 조성하면 날이 갈수록 가치가 커진다'는 데 시민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찬성의견에 힘이 실렸다"면서 "순천시가 선도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원을 조성한다는 데 대한 시민들의 자긍심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2013년 4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184일 간 23개국 83개 정원으로 구성돼순천만 일원 총 면적 111만 2000㎡에서 펼쳐졌다. 박람회 개최결과 총 473억 원의 수입금과 440만 명의 관람객이 내방했다. 순천만정원의 총 자산가치는 1조 97억원으로 평가돼 총 투자비 2455억원에 비해 네 배 가량 상회하고 있다.
정원박람회 이후 재개장으로 꾸준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4월부터 연말까지 350만명이 박람회장을 방문했고, 입장료 69억원과 임대수익 등 총 96억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특히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11만명 이상의 입장객이 방문하며 일일 최대를 기록하는 등 젊은 학생들의 관람이 110만 명을 넘어 미래 재방문 및 순천지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는 고객을 확보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으로 순천만은 지난 9월 5일 국가정원 제1호로 지정됐고, 정원산업 육성을 위한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물론 킬러콘텐츠의 부재와 외국인 관람객이 16만명에 그치는 등 보완할 점도 없지 않았으나 메가 이벤트의 흑자 운영, 예상을 초월한 관람객 실적, 부지의 사후활용 등은 대규모 행사 개최 후 대회운영 적자와 실패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육동한 강원발전연구원장은 "순천만국가정원의 가장 큰 가치는 지역의 자연환경자원 즉 순천만을 가지고 국가 및 세계에 브랜드화 한 것"이라며 "강원도 역시 정원진흥기본계획을 선제적으로 수립해 정원정책을 선도하고 다양한 유형의 강원도형 정원체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는 82%가 산지로 구성돼 있으며, 산림청 소유 국유지는 53%로 국・공유지 중심으로 토지 확보가 용이해 국가 및 지방정원 지정의 유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전국 대비 산 16.6%(1000m이상 41.4%), 하천 11.8%, 명산 100선 중 21개소, 하천 50선 중 25개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5 한국관광 100선 중 15개소를 보유하는 등 우수한 자연환경자원의 보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