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5.10.24 11:26:33
북방경제의 개막과 북극항로의 개척으로 환동해경제권이 들썩거리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환동해경제권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기술과 자본, 시장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기술과 시장, 중국 동북3성의 노동력과 시장, 북한의 노동력, 극동러시아의 에너지자원과 몽골의 지하자원은 자원과 기술산업협력벨트 구축을 위한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신동북아시대 협력과 발전, 상생을 위한 2015 GTI 국제무역투자박람회가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속초 엑스포공원에서 열린다. 같은 기간 동북아시아 5개 지역정부의 정상급 회의체인 제20회 동북아 지사·성장회의도 개최된다. 환동해경제권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구체적인 행보다.
<글 싣는 순서>
① 탄생
② 중국과 GTI
③ 러시아와 GTI
④ 몽골 등과 GTI
⑤ 강원도와 GTI
⑥ 향후 과제
GTI(Greater Tumen Initiative.광역두만개발계획)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GTI의 모태가 된 '두만강 지역개발계획(TRADP : Tumen River Area Development Programme)'은 1990년 7월 중국 길림대학교 丁士晟 교수의 공식 제기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1992년부터 두만강지역에 대한 개발을 시작했다. 중국 주도의 선개발을 통해 GTI지역 간 협력사업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바로 창지투개발계획을 통해서다. 창지투개발계획의 정식명칭은 중국두만강구역합작개발규획요강으로, 두만강지역을 중국이 먼저 자체적으로 개발한다는 의미를 담은 창지투개발개방선도구인 것이다.
중국은 두만강일대를 동북아의 새로운 경제성장점으로 육성한다는 게 목표다. 환동해권의 장래 경제교류협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요녕성과 길림성, 흑룡강성 동북3성이 주 무대다. 이중 동해권 출로에 관심을 가진 길림성과 흑룡강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국제 교통물류망 구축을 비롯해 국제산업합작구 건립, 국제교류협력 플랫폼 구축, 종합보세구 및 수출가공구 건설, 두만강 국경자유무역구 건설, 창지투개발로 지린성 경제발전 견인 등 10대 중점 추진사업을 설정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창춘, 지린, 두만강일대 3만㎢ 면적에 사업비 2020억 위안을 투자한다. 한화로 약 35조원에 이른다. 전담팀이 구성되고, 연구기관도 설립됐다. 지난 2013년 2월 당서기와 성장을 단장으로 한 지린성 창지투개발개방선도구 실시추진단이 구성됐다. 지린대학과 베이화대학에 창지투연기관도 설립했다.
중앙정부의 집중적인 지원 속에 교통인프라의 확충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창지투개발을 위해 창춘 종합보세구를 설치하고 옌볜 제3가공무역단지와 물류단지를 건립했다. 또 훈춘 국제합작시범구도 건설했다.
교통인프라 역시 동해를 향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10년 9월 창춘~훈춘(488㎞)간 고속도로가 완공된 데 이어 곧이어 창춘과 지린(111㎞)간 도시철도가 개통됐다. 2012년 10월 원정리~나진 간 50.3㎞ 구간 도로가 확·포장됐고, 마침내 올 가을 창춘과 훈춘을 잇는 360㎞ 구간 고속철도를 개통하면서 동해와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는 출구전략을 완성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접경지역에 위치한 훈춘은 두만강개발계획의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훈춘에 국제합작시범구를 설립했다. 러시아의 하산과 북한의 라선시와 인접해 중국, 러시아, 북한 동부 국경지역 경제 협력의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동부지역의 경제 성장과 함께 러시아, 북한과 협력의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훈춘을 기점으로 동해와 북한, 러시아, 중국, 몽골, 한국을 연결하는 교통망과 물류시스템을 확충해 동북아 교통물류와 무역의 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이는 훈춘이 동해안으로 나가는 출구로 적격이기 때문이다.
실제 훈춘의 방천에서 동해안까지 15㎞에 불과하다. 또 환동해권 거점지역과 거리상 이점도 크다. 자루비노까지는 63㎞에 불과하고 블라디보스톡 160㎞, 나호트카 340㎞, 훈춘 권하에서 북한 선봉항까지 36㎞, 나진항 48㎞, 청진항 127㎞, 부산 750㎞, 일본 니이가타 850㎞다.
중국은 2010년 10월 투먼에 중․북변경자유무역시장을 개설한 데 이어 2012년 8월 북한과 중국은 나선경제특구 내에 조·중공동관리위원회를 설치했다. 나선경제특구에는 100여개의 중국기업이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1년에 설립된 훈춘의 중·러변경자유무역시장은 최근 들어 훈춘의 대러시아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십여년 전부터 논의된 훈춘~자루비노자유무역지대 건설에 대해 중국 정부가 2014년 1월 공식적으로 참여를 선언해 GTI 지역 간 협력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또 북·중·러는 나진~훈춘~하산 변경자유관광지대 건설을 추진 중으로 중국은 창지투개발계획과 연계해 훈춘~하산~동해·속초~일본 서해안을 연결하는 관광벨트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등 경제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은 이처럼 두만강 일대를 둘러싼 국가간 지경학적 특수성을 활용해 훈춘을 창구로 동해권 출구를 열고 국제무역·금융·물류·교통의 중심지로 조성하고 있다.
GTI는 이러한 구상을 실현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라는 게 중국 측 판단으로 읽힌다. 이는 GTI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 또는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국제기구로 전환을 앞두고 있는 GTI의 주도권 확보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현재 GTI국제기구 전환을 앞두고 두만강개발계획의 종주국임을 자부하는 중국과 GTI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전략으로 승화·발전시키려는 한국 간 주도권 확보를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2014년 9월 제15차 GTI 총회를 두만강개발계획의 발원지인 옌지에서 개최하는 등 국제기구로 전환에 대비해 GTI 참여전략을 강화키는 것은 물론 GTI 사무국의 베이징 고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GTI국제기구 전환 시 한국의 참여가 동북아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논거를 바탕으로, 오는 12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16차 GTI총회를 통해 국제기구 전환의 방향과 사무국 유치 등 로드맵를 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