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포스트모던적 조건'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현대 프랑스의 철학자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 1924~1998)의 대표작인 '쟁론'(Le Différend)이 부산 경성대학교 출판부에서 번역·출간됐다.
1983년 프랑스 미뉘(Minuit) 출판사에서 처음 발표된 '쟁론'은 출간 직후부터 리오타르의 대표작으로 널리 인정받았으며, 영어를 비롯한 유럽 각 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널리 토론됐다. 사실 리오타르 자신도 이 책을 '나의 철학책'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의 대표작으로 간주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리오타르는 주로 '포스트모던적 조건' 및 숭고의 미학이론가로만 알려져 왔으며,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쟁론'은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 이는 '쟁론'이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칸트와 헤겔 같은 독일 관념론 철학, 비트겐슈타인 같은 현대의 분석철학, 그리고 20세기의 홀로코스트에 관한 역사학적 논쟁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의 철학적·이론적 논의를 검토하면서 자신의 독자적인 철학적 주장을 이끌어내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번역하기는 더욱 어려운 책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국내에 번역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연구자들의 관심을 제대로 끌지 못해온 것이다.
이제 현대 프랑스철학의 전문가인 진태원 교수(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의 꼼꼼한 번역을 통해 이 책이 번역·소개됨으로써 리오타르 사상의 진면목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을 뿐만 아니라, 리오타르가 발전시킨 쟁론의 사상에 입각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성찰할 수 있게 됐다.
(CNB=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