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은 사례가 적다. 일반화된 질병이 아니기에 약값도, 치료비도 매우 비싸다. 난치병은 완치가 어렵다. 원인이 불분명하고 치료법도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해 환자와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된다.
나라에서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희귀 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2001년에 4종으로 시작돼 2015년 현재 140여 종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있다. 나라에서는 의료비 등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희귀 난치성 질환자와 가족에게 사회경제적, 심리적 안녕을 도모하고 있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사회에서는 당연하고, 바람직한 제도다.
희귀난치성 질환의 절대다수는 유전병이다. 의사의 진단을 받고 관할 보건소에 신청하면 심사를 해 국가에서 지원을 한다.
56세 K씨가 탈모로 인해 병원을 찾았다. 그는 전형적인 유전성 탈모였다. 상담 후 치료를 결정한 그가 진지하게 묻는다. "의료보험과 실손보험은 되는거죠?" 그러나 일반적인 탈모는 의료보험혜택을 볼 수 없다. K씨는 "탈모는 유전병입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게 당연합니다"라고 반문 겸 주장을 한다.
의료보험과 실손보험에 관한 질문은 하도 많이 들어서 무덤덤했다. 그런데 탈모 치료의 국가지원 질문에 대해서는 생각할 점이 있었다. K씨의 강한 주장에 살짝 당황했다. 그런데 아주 의미 있는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그의 생각이 틀린 게 없기 때문이다.
탈모인의 절대다수는 가족력을 갖고 있다. 유전에 의한 것이다. 유전병은 유전자나 염색체와 같은 유전에 관련된 인자가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질환이다.
탈모는 유전이되, 희귀하지는 않다. 많은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희귀하지 않기에 나라에서는 의료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미용으로 간주해 의료보험이나 실손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치료를 하면 오히려 10%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 물론 병적인 원인에 의한 탈모나 원형탈모는 예외로 두 가지 보험 다 적용 받을 수 있다.
K씨에게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K씨는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내 머리카락을 내가 치료하는 데 국가에서 왜 '삥'을 뜯고 지랄 혀~!"
그렇다. 태어난 것은 내 선택이 아니다.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유전인자를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다. 유전자로 인해 불편한 사회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돈을 들여 치료를 한다. 그런데 내 돈 들여 내 몸을 치료하는 데 세금을 낸다. K씨의 불만 토로에 대해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