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이후 명맥이 끊긴 '지태칠기' 복원에 성공한 국내 옻칠학 박사 제 1호 김은경이 종이로 만든 옻칠 그릇을 선보이는 자리를 9월 30일부터 서울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선보인다.
가볍고 물에도 강한 '지태칠기(紙胎漆器)- 종이로 만든 옻칠 그릇'은 예부터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쓰였다.
한양 가는 선비가 도포 자락에서 우아하게 꺼내드는 휴대용 컵이요, 산 넘어 시집가는 새색시 가마에 수줍게 넣어주던 요강으로 풍류와 더불어 발전했다.
특히 천 년을 가는 우리 한지로 만든 칠기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 고유의 문화였다. 그러나 일제 때 명맥이 끊기고 기억하는 사람도 하나 둘 사라지면서, 여러 번 칠을 입혀도 종이다운 가벼움을 유지하는 비결 또한 역사에 묻히고 말았다.
김은경 작가는 이번 전시를 '보는 전시'가 아니라 '만지는 전시'로 꾸몄다.
"옻칠 그릇은 손을 탈수록 색이 곱게 살아나고 쓸수록 몸에 좋아서 관객이 직접 만져보며 지태칠기의 그리운 온기를 느껴보게끔 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전시장에는 그릇, 물컵을 비롯해 장신구, 가방, 탁자, 조명에 이르기까지 옻칠과 종이로 만든 다양한 생활소품을 선보인다. 전시 도록에는 지태칠기의 역사와 기법까지 총 망라되어 있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