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큼은 비주류의 ‘문재인 흔들기’를 털고 가야 한다면서 추석 전 투표 의지를 내비치던 문 대표지만, 자칫 극한 갈등이 조성될 수 있는 데다 주변에서도 전방위적인 만류가 이어져 투표를 강행하기는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당무위원회와 의원총회 연석회의에서 사실상 ‘ 더 이상 문대표를 '흔들지 않겠다’는 내용까지 포함해 투표 철회를 요청하는 결의문을 채택하자, 문 대표는 “아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철회 가능성을 내비쳐 돌파구를 찾았으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문 대표는 지난 9일 처음으로 재신임 투표 의사를 밝혔고, 비주류가 사실상 ‘체제 굳히기’라며 철회를 요구했으나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나아가 13일부터 사흘간 투표실시 계획까지 발표하는 등 '끝'을 보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내비쳤다.
이처럼 당내 대치 상황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중진들이 나서 연이틀 문 대표를 면담하면서 연석회의를 통해 ‘정치적 재신임’을 하되 투표는 철회하자는 중재안을 내며 사태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연석회의에는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 박지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김영환 김동철 박주선 조경태 문병호 최원식 의원 등 주요 비주류 인사들이 대거 불참했으며, 김한길 정세균 전 대표 등도 외교통일위 해외 국정감사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날 오전까지도 문 대표가 중재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 속에 오히려 비주류 인사들이 회의에 대거 불참하리라는 소식이 들리자, 문 대표 주변의 온건파들 사이에서도 “투표 강행”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비주류들이 승복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 거취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 속에 문 대표는 이날 예정됐던 청년정책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회관 등에서 머물며 회의 결과를 기다리는 등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회의에서 투표 철회 요청과 함께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분열적 논란은 배제한다”는 결의문이 나오고, 문 대표가 무겁게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극적인 봉합을 눈앞에 두게 됐다.
따라서 문 대표는 재신임투표 카드를 거둔 뒤 ‘혁신’과 ‘통합’을 양대 기치로 내걸어 흔들리던 리더십을 다잡으며 '새출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가 재신임이 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을 비판한 사람들과 밥도 먹고 대화도 나누는 일”이라며 “통합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혁신과 통합을 통해 눈앞에 다가온 추석민심을 공략하는 것은 물론 질서정연하게 총선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문 대표 측의 구상이다.
다만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번 재신임 사태를 두고 여전히 문 대표의 소통 부재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번 사태는 문 대표에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비주류 인사 20여명이 ‘셀프 재신임’이라며 연석회의를 보이콧하는 등 비주류 사이에서는 “반쪽 재신임”, “상처 뿐인 봉합”이라며 평가절하 하는 기류도 감지돼 내홍의 불씨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