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중앙위에서는 혁신안을 어떻게든 관철하려는 주류와 이를 저지하려는 비주류의 치열한 세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문 대표는 지난 12일 당 중진들과의 회동에서 중진들의 중재안을 수용해 재신임 투표를 '가급적 추석 전'으로 연기하기로 했지만, 그보다 앞서 중앙위의 혁신안 통과를 자신의 재신임 투표와 연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날 혁신안 통과 여부가 사실상 문 대표의 거취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전날 안철수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안 전 대표가 중앙위 개최를 연기해달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앙위를 예정대로 소집해 혁신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문 대표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15일 당의 운명을 건 혁신안 의결을 두고 2012년 대선 당시를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공방을 주고받는 ‘핑퐁대치’를 벌이다 중앙위 이후의 혁신은 함께 논의하기로 하는 등 협력의 여지도 열어두는 등 막판 담판으로 파국을 면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중앙위 이후 경쟁적 협력관계 복원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안 전 대표가 혁신안 의결을 묵인하는 것인지 등 민감한 사항에는 또 양측의 진실공방을 벌여 오래된 앙금을 털어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공개서한 등을 통해 혁신안 의결을 둘러싸고 ‘주거니 받거니’ 공세를 벌이던 두 전·현직 대표는 이날도 문 대표의 협력 요청을 안 전 대표가 다시 거절하는 등 난타전을 이어갔으나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하고, 문 대표 역시 “언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화답하며 지난 5월 혁신위원장직 제안을 위해 만난 후 4개월만에 전격적으로 이날 회동이 성사됐다.
그러나 이날 회동 초반에는 문 대표가 이날 국방위 국감에서 연평도를 방문한 일이나, 안 전 대표가 복지위 국감에서 논의한 내용 등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그리 무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는 김상곤 혁신위원장이나 조국 교수가 “혁신은 실패했다”는 자신의 발언을 정면비판한 데에 대해서도 “권력투쟁이 아닌 제대로 된 혁신논쟁을 하자는 것이 진의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측은 다음날 혁신안 의결 여부에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재신임 표결을 두고도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번 회동이 2017년 대권경쟁을 조기점화 한 듯한 양측의 ‘정면충돌’ 기류를 누그러뜨리고, ‘경쟁적 협력관계’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양측이 그동안 '물과 기름' 같은 관계를 이어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나름대로 협력체제의 토대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으나 반대편에서는 단일화 때부터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물론 양측 참모들 사이에서도 오래 불신이 쌓인 만큼, 이후 협력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는 쉽지 않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실제로 양측이 회동 후 문 대표 측은 중앙위 후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부각시켰지만,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미리 제안한 혁신방향에 문 대표가 공감한 점에 주목하는 등 의미를 부여하는 대목은 달랐다.
또한 문 대표 측에서는 이날 회동의 결론이 문 대표의 혁신안 의결을 사실상 용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고개를 들었지만, 안 전 대표 측은 “묵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했으며, ‘재신임 투표 철회에 대해 추후 논의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에도, 안 전 대표 측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문 대표가) 강행한다면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김성수 대변인이 “‘문재인·안철수·박원순 희망스크럼' 이야기가 많았다”고 소개한 것에 대해서도,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문·안·박 연대라는 단어가 잠시 등장했을 뿐 희망스크럼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반박하는 등 양측이 회동할 때마다 불거졌던 ’진실공방‘도 되풀이 했다.
그러나 비주류는 문 대표가 중앙위를 예정대로 강행함에 따라 혁신안을 무기명 투표로 처리할 것을 요구키로 하고 이 같은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단퇴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편 중앙위원회는 당무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당의 집행기관이라면 이보다 높은 의사결정기구로 대의기관에 해당되며 여기에는 당대표·원내대표·국회부의장을 비롯, 당 소속 국회의원이 당연직으로 포함돼 있다.
또 지역위원장, 광역·기초단체장, 시·도의회 의장, 국장급 당직자와 전국 노동위·여성위·청년위 추천 인사 등을 포함해 모두 576명이 중앙위원으로 참석하며 당무위에서 회부한 2가지 혁신안이 16일 중앙위에서 의결이 되려면 당헌 116조 2항에 따라 중앙위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만일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문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그는 혁신안이 통과되더라도 자신의 공언대로 재신임을 받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이날 예정된 중앙위가 문 대표의 정치인생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지만 투표에 참여하는 중앙위 구성원 60%가 사실상 주류 측 인사로 채워져 있어 이날 상정되는 혁신안은 다소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므로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등 비주류 측이 주장하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해도 사실상 의결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