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5.08.06 17:37:20
대한항공 불매운동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댓글을 다는 누리꾼들이 주된 소비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의 경우는 확연히 다르다. 롯데는 제과, 푸드, 칠성음료 등의 식품과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유통을 주력 계열사를 두고 있어 反롯데 불매운동은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롯데의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몇 가지 기업 위기관리 변수로 전망해 보자.
1. 평소에 잘했는가?
본 게임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롯데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이해당사자들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언론도 우호세력으로 보이지 않는다. 롯데는 국내 고용 1위 기업이다. 직접고용 12만 명에 달하고, 협력업체 간접고용까지 합하면 35만 명에 이르는 거대기업이다. 이들 35만 명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 떡밥이 많은가?
기업 위기를 논할 때 "이야깃거리가 많은가?"가 중요한 요소이다. 출발은 '왕자의 난'이라는 막장드라마로 시작했다. 드라마에서 흥미진지한 '출생의 비밀', '세기의 혈투', '주가 하락', '법정투쟁' 등 수많은 요소들이 지뢰처럼 넓게 퍼져 있다. 롯데 이야기가 "내년까지 이어진다"에 한 표를 던진다.
3. 팬덤이 있는가?
위기에 빠졌을 때 최후의 순간까지 지원하는 세력의 여부가 위기관리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롯데 자이언츠 야구팬들은 안타깝게도 등을 돌린 지 오래다. 롯데는 전사적으로 우호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99%가 롯데를 비판하더라도 롯데를 끝까지 지지하는 1%를 만들어내야 한다. 온라인 평판 관리에서의 일방적인 몰매는 결국 국민정서법으로 이어져 비극을 만들어 낸다.
위의 간단한 기업 위기관리의 바로미터로 봤을 때 롯데는 전무후무한 기업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카투사로 복무한다는 것이 '꿀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병을 달 때쯤 되면 한국군이 낫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결국 미군부대는 우리 것이 아닌 남의 나라 군대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에서 유학할 때 친하게 지냈던 재일교포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가 늘 하던 푸념이 있었다. "나는 일본에서는 한국인, 한국에서는 일본인 취급을 당한다!" 이렇듯 모호한 정체성이 가져오는 '꿀잼'이 '노잼'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