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를 웃도는 더위가 이어지는 7월, 뮤지컬 전쟁은 열기가 더욱 뜨겁다.
특히 뮤지컬 제작사 BIG 3의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설앤컴퍼니는 지저스가 죽기 전 7일 간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록 음악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지난달부터 올리고 있고, 오디뮤지컬컴퍼니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을 30일부터 선보인다. 두 작품 모두 오랜 세월 각 제작사와 함께 해온 대표작이자 흥행 보증 수표 공연이다.
이 가운데 신시컴퍼니는 두 대형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는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 다른 하나는 뮤지컬 ‘아리랑’이다. 시카고 내한 공연 소식이 들렸을 때는 공연의 명성과 평가가 워낙 보증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또?”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카고’는 신시컴퍼니가 유독 자주 선보인 공연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리랑’의 경우 정말 뜻밖이라 “왜?”라고 묻고 싶었다. 라이선스 공연이 강세를 보이는 현 뮤지컬 시장에 창작 뮤지컬, 그것도 5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만들었다니! 작품 흥행이 실패할 경우 타격이 만만치 않게 클텐데 도대체 왜?
그런데 여기서 신시컴퍼니는 ‘시카고’를 지원군으로 등장시키는 전략을 보여줬다. 앞서 언급했듯 ‘시카고’는 그 인기와 명성으로 신시컴퍼니의 효자 작품 중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또한 다양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창작 뮤지컬, 거기다 초연인 경우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 배우도 적고 수익률이 다른 작품에 비해 높은 편인 ‘시카고’를 함께 내세웠다”며 “지난해 뮤지컬 ‘고스트’의 적자 또한 ‘시카고’가 메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신시컴퍼니의 전략은 처음이 아니다. 연극 ‘레드’와 ‘푸르른 날’ 등 국내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작품을 실험적으로 선보일 수 있었던 뒷배경에도 대중적인 뮤지컬로 안정적인 흥행을 동반하는 ‘맘마미아’가 구원 투수로 자리잡고 있었다. 흥행 작품의 수익으로 꾸준히 창작극에 투자하는 식이다.
이 전략이 꾸준히 이어지는 건 박 대표의 창작극 사랑에서 비롯된다. 그는 뮤지컬 ‘아리랑’ 프레스콜 당시 “이 작품을 3년 정도 준비했고, 꿈꾼 지는 10년이 넘었다. 주위에서 ‘힘들게 만들어봐야 손실이 클 것 같은데 왜 하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는 창작 뮤지컬에 기존에 없었던 새 시스템과 혁신적인 스타일을 도입하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고, 배우와 스태프 160여 명이 힘을 모았다”며 “이 작품으로 대형 창작 뮤지컬로의 발전이 가능할지, 아니면 현재 수준에서 주저앉을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망해도 또 저지를 것이라는 소신도 굽히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박 대표의 이 고집(?)이 뮤지컬 팬으로서는 반갑다. 흥행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현 공연계의 시스템 안에서 안정성을 갖춘 인기 작품이 주로 무대에 오른다. 처음에야 즐겁고 신선하만, 나중엔 봤던 공연의 재탕을 반복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매 재연마다 새 해석과 연출이 반영돼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지만, 새 공연을 보고 싶은 욕구 또한 버릴 수 없다.
뮤지컬 ‘아리랑’은 이런 갈증에 오랜만에 단비를 내려줬다. 아직 창작에다 초연이라 아쉽다거나 살짝 미흡하다는 평도 있지만, 지난주 인터파크 플레이디비 예매 랭킹에서 14위였다가 현재(28일) 9단계나 상승해 5위에 오르는 등 갈수록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마 관객 또한 새 공연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이런 영리한 전략으로 창작극 개발에 관심을 갖는 풍토가 공연계에 널리 퍼지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규모 제작사의 경우 제작 여건이 어려울 수도 있기에, 처음엔 대형 제작사들이 관심을 갖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여기엔 창작극에 대한 공연 제작사의 애정뿐 아니라 관객의 관심과 애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공연 제작사와 관객의 바람이 맞닿아 공연계에 보다 새롭고 신선한 공연이 풍성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