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5.07.26 21:53:57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공약 중 하나인 '지역통화 유통사업 추진'이 고립무원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내에서 생산된 부(富)의 역외유출을 막아 지역내부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성공가능성이 낮고 130억 원 이상의 초기 사업비를 그대로 날릴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강원도의원들의 사업 포기를 촉구하는 파상공세와 언론의 피상적인 보도는 도청 내 담당 공무원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최문순 도지사는 중단 없는 추진을 고수하고 있지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여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4월로 예정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후보들의 도정 경제정책을 공격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을 조기에 안정화 시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이에 따라 강원화폐로 대표되는, 강원도가 추진 중인 지역통화 유통사업 추진의 배경과 방법, 문제점과 대안 등을 총 9회에 걸쳐 짚어본다.
◆ 글 싣는 순서
1. 강원화폐 탄생 배경
2. 강원화폐와 사회적경제과 신설
3. 강원화폐의 역할과 기대효과
4. 강원화폐 유통 시스템
5. 국내외 지역통화 구축사례
6. 강원화폐 발행 반대 목소리
7. 강원화폐 발행과 Fintech
8. 강원화폐 유통 성공조건
9. 강원화폐 추진 대안
강원도가 2016년 도 전역 유통을 목표로 지역화폐인 강원화폐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2개 지역에서 지역통화 유통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다양한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 등이 주도한 지역화폐가 유통되고 있지만 광역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강원도가 처음이다.
강원화폐는 실물화폐와 전자화폐로 운영될 예정이다. 강원화폐의 이름은 가칭, ‘GWCC’로 강원 지역사회의 통화(GangWon Community Currency)라는 뜻이다. 실물화폐 단위는 GW로, 1000GW, 1만GW 두 종류를 지폐로 발행하고, 동전은 제작비용을 고려해 만들지 않을 계획이다. 아울러 전자화폐는 지역 금융기관과 연계해 온라인뱅킹, 체크카드, 모바일 결제 시스템 등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GW의 가치는 국가통화와 등가(1000GW=1000원)로, 실물화폐는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한정해 유통을 촉진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해 4조원 이상의 지역자금이 지속적으로 역외로 유출되고 있는 현상을 완화해 지역 자립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사라져가는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지역에서 생산된 부(富)의 대부분을 지역에서 소비하지 않고 밖으로 유출하는 경제주체는 건설회사와 유통대기업, 금융기관 등이다. 이들은 지역 밖에 본사를 두고 지역에 들어와 사업을 하면서 수익을 본사가 있는 지역으로 송금하고 있다. 실제 도내 발주 공사의 60~70% 가량을 수주하는 외지 건설사들의 외부유출금액은 2011년 기준 2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 도내 15개에 이르는 대형마트와 SSM 등 종합 소매점의 유출규모 역시 2012년 기준 약 48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금융기관의 외부유출은 더욱 심각해 2012년 기준 약 2조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지역에서 번 소득의 대부분을 지역 안에서 소비하는 경제주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전통상인 등 지역 내에 뿌리를 두고 있는 토종기업들이다. 하지만 이들 풀뿌리기업들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는 실제보다 매우 저평가 되고 있다.
도내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 추진되는 지역화폐의 방향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외지 건설사나 종합 소매점, 금융기관 등의 지역화폐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풀뿌리기업의 내부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는 지난해 지역화폐 유통을 위한 공청회 등을 실시했고, 올해 협력금융기관을 지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실물화폐 발행과 사용자 편의를 위한 전자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다. 또 공모를 통해 올해 1~2개 지역에서 지역화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오는 2016년 시범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도 전역으로 지역화폐 유통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화폐 유통은 사회적경제종합발전계획에 반영된 사회적경제 육성전략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지역의 자본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지역주민들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게 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의 사회적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취약계층 자녀돌봄이나 노인 개호 등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그간 자원봉사나 재능기부 등 무상노동의 방식이 아닌 지역화폐로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지불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도는 사회적경제 정책의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3년 9월 사회적경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다. 골자는 오는 2018년까지 1183억원을 투자해 인적자원 육성과 네트워크화, 사회적경제 시장조성, 사회적경제 비즈니스 고도화, 통합지원체계 구축과 제도정비 4개 분야에서 16대 정책과제, 65개 세부과제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사람중심의 사회, 공동체 협력의 경제, '행복한 강원도'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이는 현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을 통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제시한 데 따른 선제적 대응으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 전 영역을 사회적경제로 포괄하는 통합적 접근과 지역단위의 대응과제 모색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도는 사회적경제종합발전계획을 확정한 데 이어 사회적경제 비전선포식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비전과 전략, 주요과제를 발표했다. 아울러 2013년 10월 사회적경제과를 신설한 데 이어 2014년 1월 강원도 사회적경제 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그간 단일사업 지원형인 풀뿌리기업 정책에서 통합지원형 사회적 경제 정책으로 전환한 것으로, 사회적경제를 새로운 경제성장동력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기조의 전환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 117억 원의 사회적경제기금을 조성한 데 이어 5월 강원도 사회적경제위원회를 구성했다. 사회적경제위원회는 도내 사회적경제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기금운용 등 사회적경제의 주요 정책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향후 도내 사회적경제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시장경쟁력 확보와 사회적경제 영역이 고도화 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은 물론 유관기관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활동하게 된다.
2014년 6월 현재 도내에는 생산, 소비, 호혜, 분배 영역에 걸쳐서 모두 642개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강원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자리와 매출액 기준으로 각각 0.5%와 0.24%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도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체계는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도는 사회적경제 육성·활성화를 위해 2012년 8월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10월 사회적경제과를 신설했고, 이어 2013년 12월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아울러 2014년 1월 통합지원조례를 제정했고 2014년 4월 사회적경제기금을 조성하는 등 중앙부처와 정치권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등 사회적경제 통합추진체제 구축 움직임에 앞서 다양한 사업을 선제적으로 도입·시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강원화폐 발행은 사회적경제종합발전계획에 반영된 사회적경제 육성전략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도는 지역통화 활성화를 위해 일반사업자 중 지역순환경제 구축에 기여하는 기업과 도내 사회적경제 기업 등으로 가맹점을 모집할 계획이다. 다만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실생활과 밀접한 가맹점을 많이 확보하되, 이들 가맹점에 대한 무료 홍보와 함께 법정통화 이외의 추가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가맹점 가입을 유인할 계획이다.
또 공공부문의 지역화폐 유통 참여를 위해 도에서 지급하는 일자리 관련 사업비, 무상급식, 도에서 시행하는 각종 인센티브 중 일정 부분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 공무원 급여의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현재 지역화폐 유통은 도청 내 사회적경제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도내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업무를 경제정책과가 아닌 사회적경제과에 맡긴 것은 지역화폐 유통의 실익과 성공 여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맞닿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에서 지급하는 일자리 관련 사업비, 무상급식 등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경우 지역 자영업자와 상인들의 매출이 늘고, 이는 도매상과 납품업체들에 대한 주문 증가로 이어져 관련산업 분야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낙후지역 복원과 마을만들기 사업지원, 사회적경제 조직 육성 등 공공사업의 확대는 새로운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등 사회적경제 영역이 전체적으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주민 간 유대와 공동체성이 강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최문순 도지사가 강원화폐 유통 사업을 사회적경제과에 맡긴 것은 현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채택한 것에 주목해 도·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의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도내 산업구조의 특성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통해 지역의 부(富)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내에서 선순환 될 수 있도록 해 활발한 지역의 경제활동 촉진과 지역주민 소득 증대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