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 다섯번째), 김한조 외환은행 은행장(왼쪽 세 번째),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왼쪽 네 번째), 강래석 외환은행 노조 부위원장(왼쪽 두 번째), 김기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직본부장(왼쪽 첫 번째), 김병호 하나은행 은행장(왼쪽 일곱 번째),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왼쪽 여섯 번째), 김명란 하나은행 노조 부위원장(왼쪽 여덟 번째), 김재영 하나금융지주 상무(왼쪽 아홉 번째)가 지난 13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에 전격적으로 합의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제공=하나금융)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20일 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함으로써 양행의 통합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통추위 발족은 지난 13일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대해 전격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하나·외환이 합쳐진 ‘원뱅크’는 오는 9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를 이끈 데는 노조의 대승적 결단이 작용했다. 당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온 노조가 이처럼 태도를 바꾼 이유는 뭘까? (CNB=이성호 기자)
노사, 4월부터 물밑 접촉…공감대 형성
통합과정 외부 노출 자제, 보안 속 진행
소모적 논쟁 마무리… ‘리딩뱅크’ 도약
하나금융은 지난 1년 간 양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해 왔지만 번번이 외환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양측이 통합 합의서를 체결함에 따라 긴 여정을 끝내게 됐다. 무엇보다 그동안 강경 노선을 걷던 노조가 방향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하나금융과 외환 노조는 ▲통합은행의 상호는 ‘외환’ 또는 ‘KEB’를 포함 ▲합병 후 2년간 인사운용 체계를 출신은행 별로 이원화해 운영 ▲이원화 운영기간 중 교차발령은 당사자간 별도 합의 ▲고용보장 및 인사상 불이익 금지 ▲노동조합 유지 및 분리교섭권 인정 ▲로즈텔러 6급 정규직 전환 합의 이행 ▲9.3 총회 참석 직원 징계철회 등 쟁점사항에 합의하면서 통합관련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CNB에 “경영상황 악화로 인한 조기통합 필요성에 공감해 서로 원만한 타협을 봤다”며 “이번에 발족한 통합추진위원회를 통해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 9월 1일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통합은행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도 이번 합의에 대해 불만이 없음을 나타냈다. 고용보장은 기본이며 대등하게 합병되고 원뱅크로 합쳐지더라도 하나은행 노조와 더불어 복수 노조로 유지됨에 따른 것.
노조 관계자는 CNB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노사 간 대화를 통해 쌓여있던 불신을 해소하고 최종 합의를 도출했다”며 “서로 간 대등합병 원칙도 확인했으니 향후 통합을 위한 여러 가지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 합의정신을 잘 지켜나가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통합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오다가 전격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선 “급진전된 것은 아니며 지난 4월 재판부의 요구로 노사 간 대화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며 “중간에 갈등도 없지 않았지만 3개월간 끈을 놓지 않고 사측과 물밑접촉을 벌여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을 노사 양측이 공유하면서 최근 협상에 대해서는 기존과 다르게 외부에 알리지 않았고, 최종 결정이 난 다음 공표한 것으로 갑작스럽게 타결이 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지난 9일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 간의 토론회 자리에서 직원들이 “생존권이 보장되는 통합시기가 언제냐”, “대화를 한다고 하는데 합의가 안 되는 이유가 뭔지” 등 피로감을 드러내고 내부 갈등 양상을 보이자 압박으로 작용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노조 관계자는 “대다수 직원들의 본심은 그런 것이 아니다”며 “물론 직원들이 너무 힘들고 지쳤기 때문에 빨리 합의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아울러 “노조에서도 사측과 의견이 안 좁혀져서 그렇지 일부러 시간을 끌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빨리 타결이 되길 바란 것”이라며 “앞으로 합의에 따라 서로 간 약속을 잘 지키고, 혹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외부 노출을 자제하고 노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제기됐던 모든 법적 문제 등도 취하키로 해, 이제 남은 과제는 자산규모 290조원, 당기순이익 1.2조원, 지점수 945개, 직원수 1만5717명에 달하는 리딩뱅크로의 도약만 남은 셈이다.
노사, 1년 간 피말리는 일전일퇴
이 같은 통합을 이끌어 내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 2010년 11월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맺고 2012년 2월 17일 외환은행 노조와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 이른바 2.17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합의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월 3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하나·외환 간 조기통합을 처음으로 언급했으며 같은 해 10월 양행 이사회가 ‘합병계약서’를 체결했다. 올해 1월 금융위원회에 통합 예비인가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노조 측은 “2.17합의서를 준수하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합병 중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노조의 신청을 인용해 6월 말까지 합병 추진을 중단토록 결정했다.
이에 하나금융에서는 지난 3월 법원에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다음달 법원은 노사 양측이 대화를 재개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6월 26일 법원은 통합작업 중단 가처분결정을 취소하고 노조의 가처분신청을 전부 기각했다.
이날 김정태 회장은 즉시 노조 측에 ‘노사 상생을 위한 대화합’을 제의했으나 노조는 기존 ‘4대4 대화단’에 김 회장과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참여하는 5대5 대화를 역으로 제안했다. 이처럼 양측 간 지리한 신경전 양상이 지속됨에 따라 통합이 장기화로 흐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엄습하기도 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안개 속’이었다.
지난 2일 노사 대화단 4:4 협상이 재개돼 대화의 물꼬가 터지는가 싶었지만 다음날인 3일 노조는 사측에서 조기통합을 촉구하기 위해 진행하는 부점장 결의대회를 이유로 1주일간 대화중단을 선언했다. 주말인 지난 4~5일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김 노조위원장 간 저녁미팅도 추진됐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김 은행장은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여러 차례 김 위원장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 10일 김정태 회장이 직접 나서 김 노조위원장은 물론 노조 측 대화단인 김지성·김기철 전 노조위원장과 만나 실타래를 풀어나갔고, 11일~12일 실무적인 논의를 거쳐 13일 오전 양측은 통합 합의서에 최종 서명, 소모적 논쟁을 마감하고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