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숲 속 외떨어진 마른 우물 속에 갇힌 두 형제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손바닥이 다 까질 때까지 벽을 기어오르거나 목이 쉴 때까지 소리를 질러도 아무 소용이 없다. 물과 식량도, 구조 받을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공간에서 점점 절망에 빠지는 두 형제.
형은 실어증과 불안 증상을 보이며 두려움과 배고픔에 지친 동생을 살리기 위해 마침내 자신의 희생이 담겨있는 최후의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형제는 왜, 어떻게 우물에 빠지게 된 것일까? 소설의 첫 장부터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들이 소설 중반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마지막 장을 향해 치닫는다.
작가는 두 형제의 고난을 통해서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해 가는 과정과 끈끈한 형제애를 보여준다. 사회적 약자에 무관심한 사회에 대한 비판 같은 묵직한 주제도 잊지 않는다.
또한 작가는 훈족의 왕 ‘아틸라’에 관한 역사적인 내용을 은유로 녹여 소설의 깊이를 더했다.
극단의 절망에 놓인 형제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와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인간의 사투를 그린 잔혹 우화 같은 소설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때론 질식할 것 같고 때론 불편하지만 파괴적인 이 시대에 대한 은유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지은이 이반 레필라 △옮긴이 정창 △펴낸곳 북폴리오 △148쪽 △정가 11000원.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