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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주도형 산학연 협력의 결과는 3대 양극화를 낳을 뿐"

정성훈 교수, 국내외 산학협력 사례 분석 결과 통해 주장…수요자중심형 신 산학협력 창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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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유경석기자 |  2015.07.03 15:17:29

"산학연 협력을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자중심형으로 추진할 경우 기업간, 지역간, 대학간 양극화가 확대되는 악순환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성훈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교수는 최근 강원발전연구원과 강원도 산학협력단장협의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강원포럼에서 '국내외 대학의 산학협력 및 일자리 창출 혁신 사례'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대학의 체질을 공급자중심형에서 수요자중심형으로 개선하고 신 산학협력을 창출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정성훈 강원대 교수의 주제발표는 국내 산학협력의 현황을 고찰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점을 도출하는 한편 국내외 대학 또는 기관들의 산학협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사례를 토대로 벤치마킹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1960~1970년대 당시 산학연협력은 공업화과정 속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 설립 · 육성 및 대학의 연구시스템을 구축하는 시기로 공동의 연구개발이라기보다는 전문인력양성과 공급, 외국기술 도입의 중간소화흡수채널의 기능을 담당했다.

 

산학연협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WTO시대가 개막된 2000년대 들어서다. 그간 민간기업의 R&D 역량과 대학 및 연구소의 기술개발 역량이 전반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세계화 시대의 개막은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인식되면서 다양한 정부-민간 협력프로젝트 추진으로 대학이 새로운 협력주체로 부상하게 됐다.

 

하지만 산업계의 직접적 수요보다는 연구자나 대학의 필요에 따라 연구개발이 수행되고 정부지원 역시 연구자나 대학의 필요에 따른 연구개발에만 집중되면서 연구성과의 사업화와 산업화에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냈다.

 

현재 개방형, 통합형, 혁신주도형 신산학협력이 추진되고 있으나 대학의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과거 공급자 중심의 산학협력체계에서 야기된 문제점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수도권 출신 대졸인력들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도내 생산가능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0.3%로, 전국 1.1%를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는 전국 대비 빠른 고령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역 내 절대인구 및 생산인구의 감소는 공급 및 수요 등 요인으로 경제성장의 둔화를 유발하고 다시 인구감소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수도권의 경우, 대체로 대졸자의 90% 이상은 졸업 후에도 수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강원발전연구원 1층 대회실에서 '강원도 발전과 지역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한 강원포럼이 열렸다. (사진=강원발전연구원)

 

도내 대학졸업자들의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산학연협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혁신적인 정책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은 산학연협력 모델은 국내외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대학에서 창출한 우수한 연구성과물을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과 함께 공유하면서 산학연의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기술사업화센터, 협력사업추진팀, 창업보육센터가 각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회사로 (주)I-KAIST, (주)올레브, OLEV Technologies, INC. 등을 두고 있다. 2011년 현재 교수와 학생창업은 각각 4건씩이고, 졸업생 창업은 이보다 많은 7건에 이른다. 이들 회사에 고용된 인원은 583명이다.

 

산학연협력을 이공계에 머물지 않고 교육학 등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KTP(Knowledge Transfer Partnership)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영국 Sussex대는 1990년 인공지능 및 컴퓨터 과학부가 Integral Solutions LTD사와 파트너십을 결성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 중반 이후 교육학, 사회적 일자리, 디자인, 심리학 등 영역 확대하고 있다. 또 2000년 이후 의과대학을 설립해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정글만리'를 추진했고, 2005년 이후 중국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중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중국인들을 위한 대학이라는 비판 여론도 높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산학연 참여로 성공적인 지역발전 결과를 이끌어내는 모델로 독일은 단연 으뜸이다.

 

독일 아헨공과대학교는 숙련공 양성을 위해 중등 직업 교육과정에서 기업이 주체가 된 일-학습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대학교육도 이러한 이원적 교육체제를 도입해 재학생의 현장실습을 강화하는 추세다. 독일 중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레州 소도시 아헨에 위치한 아헨공대는 실용연구에 특화된 독일 명문대학으로, 매년 산학협력건수는 1360건, 연구예산 중 7900만 유로(약 1170억원)는 민간기업으로부터 유입된 것이다. 지난 20년간 아헨공대를 통해 신설된 기업은 1250개에 달하며, 이는 연간 60개의 기업이 생겨나고 3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 셈이다.

 

대학실험실이 곧 벤처 창업의 산실이 되는 사례도 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의 슬로건은 '아이디어가 사업과 만나는 곳'(Where ideas meet business)이다. 1700명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상호 지원과 특성화된 교육 수강으로 유럽의 MIT로 불리고 있다. 매달 1개의 벤처기업이 창업될 만큼 역동적으로, 현재 250여개의 학교기업 존재해 취리히 공과대학과 함께 스위스 경제를 이끄는 인재양성소가 되고 있다.

 

현재 노키아, 로지텍 등 글로벌 기업들과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대학 연구진과 함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학부생 조차도 산학협력을 맺고 있는 기업의 연구소에서 수업을 듣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대학은 기술교류·피드백에 대한 문턱이 낮아 신기술 습득과 응용이 쉽고 120여개 국적의 학생들이 집적돼 있고 전체 교수의 60%가 비 스위스 출신일 정도로 개방적이다. 이는 곧 다양한 기술이 모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약점을 강점으로 활용한 사례로 덴마크 대학생 창업지원은 돋보인다.

 

인구 540만명의 작은 국가인 덴마크는 내수시장 규모가 작아 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해외 시장으로 적극적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가 정신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연간 1만 4000~1만 8000개 기업이 창업에 나서고 있고 이중 80.8%가 생존에 성공하고 있다. 이는 약 50 여개의 벤처 캐피탈 회사와 145개에 이르는 창업(기업가정신) 교육과정도 한몫을 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창업 교육에 적극 투자하는 전략으로 정부부처간 협력을 위해 2010년 정부기구인 덴마크 창업 재단(Dansk Fonden for Entreprenørskab)이 설립됐다. 2014년 World Bank는 덴마크의 창업환경을 세계 5위로 평가했다.

 

'딱 3일이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대학생들 스스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미국의 3DS(3 Day Startup)이 그것으로, 3DS는 2008년 1월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의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비영리 조직이다. 북미를 비롯한 유럽, 아시아, 남미 등 60개 대학에서 132개의 프로그램 운영되며 2015년 기준 79개의 창업기업이 설립됐다.

 

대학생 창업 활성화를 목표로 한 창업지원프로그램 프로세스는 창업에 관한 열정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 구상 중인 대학생 선발, 시장에서 보다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바꿔줄 멘토 및 스폰서 연결로 진행된다. 1일차인 금요일 오후 브레인스토밍과 멘토 오리엔테이션 등을 시작으로 토요일에는 고객 인터뷰 및 시장조사와 Practice Pitches가 진행된다. 이어 마지막 날인 일요일 일요일 최종 선발된 5~6개의 팀이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고 평가받는 Final Pitches가 진행된다. 성공 사업가, 기업체 임원, 벤처투자가, 엔젤투자가 등이 패널로 참석해 학생들이 발표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질문 및 조언에 이어 향후 창업 시 실질적 투자로 연결된다.

 

대학의 문턱을 낮추고 지역의 씽크탱크를 자처하며 지역 공헌에 나서는 성공 모델로 일본 이와테 대학교의 교류형 산학협력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테현에 있어 과학기술 및 연구개발에 관한 사람과 정보의 교류·활용을 활발하게 해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테네트워크시스템(INS)은 이와테현 내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에 관련되는 산학관민 사람들의 교류장소가 되고 있다. 공개강연회, 공개강의, 연구성과전시회, 산학관교류회, 기업강좌 등 40개의 세부연구회 각종 지원기관과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

 

정성훈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교수는 "기업과 대학 간 역량과 신뢰, 수급의 차이로 강한 상호불신감이 존재하고 있다"며 "기업의 수요와 대학의 능력이 만나는 부분에서 참여 주체 모두의 이익이나 편익이 발생하는 만큼 산학연협력의 성패는 산학연간 수요와 능력의 교집합을 넓혀서 이익과 편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강원발전연구원은 강원도 산학협력단장협의회와 공동으로 1일 오후2시 연구원 1층 대회실에서 대학 스스로 인력 양성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강원도 발전과 지역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강원포럼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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