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오브제인 전쟁 무기들이 전국 곳곳에 놓여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 이면의 감춰진 폭력의 이중성을 드러내려는 작가의 시선이 하나의 전시로 꾸며졌다.
버려진 무기들을 초현실적인 조형물로 탈바꿈시켜 새로운 공간에 배치한 작업을 선보이는 사진가 임안나(45)가 '차가운 영웅들(Frozen Hero)'이란 타이틀로 6월 18일부터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개인전을 진행한다.
임 작가는 전시를 통해 전쟁의 도구로 사용된 무기들이 숭배의 대상이 된 현실을 가상의 전쟁기념관을 만들어 비튼다. 이곳에는 탱크, 전투기, 헬리콥터 등 실제 전쟁에 사용된 실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아주 작은 부분만 보이고, 나머지 부분은 베일에 덮여진 채 마치 고귀한 모습을 자아내는 미술품처럼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임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방문한 군부대에서 탱크 몇 대를 관리하기 위해 2000여명의 군인들이 온 정성을 쏟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마치 살인의 무기를 숭배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은 느낌이 밀려올 정도로 아직도 충격이 머릿속에 생생했다"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흑백으로 기록한 풍경 사진들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상황을 일깨우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역력하다. 살상무기로 전쟁의 최전방에 나섰던 무기들 앞에 포토존 명판이 붙어있고, 유치원생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쁜 모습을 담았다.
본래의 역할을 잃어버린 오브제들이 일상의 풍경과 병치되고 중첩되면서 이루는 낯선 장면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무기를 장난감처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른들이 무엇인가를 상징하고 싶어서 갖다놓은 폐 무기들이지만, 의도적으로 전쟁의 비극을 잊지 않으려는 아이러니를 작품으로 풀어내고 싶었죠"
가상의 전쟁기념관 속에 원래의 모습을 감추고 자리한 전쟁의 영웅들은 그들의 진짜 무대를 벗어나 제 기능을 다한 채 얼어버린 형태로 오늘의 현실을 반문한다.
임안나 작가는 전쟁무기라는 오브제를 통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인식에 작가 특유의 유아적 표현 기법과 엉뚱한 연출기법으로 지속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쟁이라는 거대 담론 앞에 개인이 다가갈 수 있는 또 다른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전시는 7월 19일까지.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