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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비자단체 ‘홈플러스 매각 소식’에 분노한 까닭

‘소비자가 보호받는 대한민국’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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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6.10 14:37:47

신세계이마트에 이어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매각설이 유통업계의 최대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홈플러스는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외신발 보도 등에 따르면 테스코는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누가 홈플러스의 새로운 주인이 될 지 촉각이 곤두서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소비자단체들이 분노하고 나섰다.


10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홈플러스는 매각에 앞서 피해소비자를 먼저 구제하라”며 목소리를 높인 것.


지난 8일 소비자단체들은 보도자료를 내고 홈플러스는 매각 절차에 앞서, 당장 개인정보 불법매매사건에 대한 피해 소비자 구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라고 촉구했다.


특히 홈플러스를 인수하려는 업체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개인정보 장사로 이윤을 추구한다는 불명예를 먼저 씻어야 할 것이라며, 소비자 구제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경은 이렇다.


지난 2월 검찰은 홈플러스 법인과 도성환 사장 등 전·현직 홈플러스 임직원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홈플러스는 2011년 말~2014년 7월까지 11차례에 걸친 경품행사에서 고객들의 개인정보 712만건을 부당하게 입수해 7개 보험사에 팔아 148억원을 챙겼다. 


더불어 회원카드 가입방법으로 수집한 1694만건을 보험사 2곳에 83억5000만원에 불법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별도로 소비자단체·시민사회단체에서는 피해자들과 함께 홈플러스를 상대로 공동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거나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매각소식이 전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좌혜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에게 내막을 들어봤다. 좌 사무국장은 “(홈플러스가) 불법행위와 관련 아무런 방안·대책도 마련해 놓지 않고 매각을 꾀한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확실하게 매듭을 짓고 매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자 도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홈플러스는 현재 진행중인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항변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고객 정보 제공 동의’가 최대 쟁점이라 할 수 있다. 홈플러스 측은 경품 응모권 뒷면에 제3자 보험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기재했고, 동의를 받은 것으로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검찰이 ‘개인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한 경품행사는 금지돼 있다’며 기소를 했는데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모양새인데 소비자들의 비난을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물론 경품 응모권에는 정보제공 동의 문구가 적혀있긴 하다. 하지만 1mm의 아주 작은 글씨로 적어놔 읽기가 매우 어렵다. 검찰에 따르면 당첨자에게 연락하지도 않았고, 설사 당첨자가 연락을 해도 당초 경품이 아닌 다른 물품을 주기도 했다. 1년에 4∼6차례씩 경품 행사를 하면서도 경품을 제대로 지급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알려졌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경품 행사의 목적이 따지고 보면 개인정보 판매를 통한 불법이득 취득이라는 것인데, 소비자를 기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유출된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홈플러스는 보상에 대한 언급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가 없기 때문에 피해구제를 받으려면 개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소송을 건다는 자체가 현실적으로 제약도 많고 피해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판례 또한 많지 않아, 배상 요구금액도 과거 어린이집 ‘잔반 죽’ 사건 등을 참조해 통상적으로 30만원에서 50만원 사이로 정해지고 있다.


기업들이 손배소를 겁내지 않고 법의 심판을 따르겠다고 운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판에서 지더라도 소송을 건 사람들만 배상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카드3사 정보유출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지만 정작 피해 보상은 없었다. 지리한 소송만 이어지고 있는 등 소비자들이 기업들로부터 피해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제도가 뒷받침돼 있지 않은 ‘소비자 보호’는 늘상 허울 좋은 ‘말’로 끝난다. 


재발방지를 위해선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징벌적 손배제나 집단소송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에 앞서서 ‘소비자가 보호 받는 대한민국’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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