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기정 정책위의장.(사진=연합뉴스)

그리고 새정치연합은 국회 입법과정을 거치지 않고 행정입법에 의존하려는 행정부의 관행적 태도를 ‘행정독재적 발상’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법률에 위배되는 일부 시행령을 ‘하극상 시행령’이라고 규정하며 국회법 개정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같은 사람을 지명할 게 아니라 적합한 인사가 검증받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거부권 행사가 어떤 때 쓰이는지 잘 알 것”이라며 “정말 거부권을 행사해서 6월 국회가 파행하면 이것은 온전히 청와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광온 의원은 “반헌법적 행정입법은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의도로서 독재시대의 행정 편의주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정독재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하면서 “하극상 시행령이 과연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부처 이기주의의 소산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하는데도 시행령이 국민 목숨을 앗아간 원인을 제공했다면 그냥 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새정치연합은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가 함께 통과시켰다는 것을 적극 부각시키며 이번 논란을 ‘청와대 대 야당의 구도’가 아닌 ‘행정부 대 입법부의 구도’로 프레임을 짜기 위해 부심했으며, 또한 청와대와 새누리당, 여당내 친박계와 비박계간 ‘자중지란’을 의식해 당청간 및 여권내 갈등을 부추기켜 ‘틈벌리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다수당을 지배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가 대통령의 뜻을 살피는 취지의 말을 했지만,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이날 회의에서 “여야가 찬성한 법을 청와대가 거부한다면, 여당 의원들의 소신정치가 위태로운 시험대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삼권분립의 요체는 상호견제이며 청와대와 여당은 당청싸움을 그만두고 야당의 민생 살리기 노력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당내 일각에서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원내지도부는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에 맞서기 위해 6월 국회 의사일정이나 다른 현안을 연계시키는 대응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당내서는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공포할 때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황교안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표결에 응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등 당장 눈앞에 닥친 황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문제와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총리 인사청문회 일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여부 결정 시한보다 앞서 어떻게 여론의 비판을 피해가며 시간을 끄느냐가 풀어야할 문제이며, 더구나국회가 파행해 민생 및 경제관련 법안 처리가 미뤄질 경우 야당 책임론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에 연계대응 등 ‘강공’이 역풍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이 황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에 일단 합의하면서도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의사일정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여러 가지를 감안한 게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결이 이뤄질 경우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법률로 확정하기 위해서는 과반수 의원 출석 및 출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서 여당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야당만의 힘으로는 관철할 수 없다는 면에서 이를 어떻게 다시 관철시키느냐 하는 것도 야당의 고민거리다.

여당이 지난 29일 본회의 표결 때는 다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박 대통령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데다 재의결은 무기명투표로 실시돼 표단속이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수는 298명이고 이중 새누리당 160명, 새정치연합 130명, 정의당 5명, 무소속 3명 등이어서 야당내 일각에선 ‘플랜 B’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