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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갑질' 고발 문화 콘텐츠 속속 등장 '눈길'

뮤지컬 '유린타운' 등 간접적으로 위로받고자 하는 대중심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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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기자 |  2015.05.26 13:22:55

▲공공 화장실을 독접한 기업주와 마을 사람들이 대립하는 과정을 그리는 뮤지컬 '유린타운'의 한 장면.(사진=신시컴퍼니)

몇 년 전만 해도 문화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 꼽히는 요소에는 ‘시한부 주인공’, ‘출생의 비밀’, ‘재벌남과 착한 여주인공’ 등이 대표적으로 들어있었다. 식상하고 ‘막장’이라고 자꾸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요상한(?) 매력에 관련 소재를 다루는 문화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생성됐다.


그런데 요새 대세인 문화 콘텐츠는 ‘갑질 고발’이다. 속 시원한 풍자의 맛을 곁들인 이야기가 대중들로부터 환호를 받고 있어 주목된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는 10%의 시청률을 보이며 월화극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통렬한 풍자로 꼬집는 블랙코미디다. 최근 방송에서는 ‘을’의 대표인 고아성과 그의 시아버지이자 ‘갑 오브 더 갑’으로 꼽히는 유준상의 맞대결이 시작돼 눈길을 끌었다.


특권 의식으로 똘똘 뭉친 갑이 을에게 공격을 받아 휘청거릴 때 시청자들은 특히 열광한다. 극 중 서봄(고아성 분)이 자신을 깔보는 비서에게 경고를 날렸을 때도, 27회에서 자신의 인생을 마음대로 정하려는 지영라(백지연 분)와 최연희(유호정 분)에게 장현수(정유진 분)가 “자기 마음대로 갖다 붙이면 다 되는 줄 아나. 가지가지 하라”고 독설을 날렸을 때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5월 25일 막을 내린 뮤지컬 ‘로빈훗’은 출연 배우들이 직접 갑질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철없던 왕세자에서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할 줄 아는 국왕으로 변모하는 필립 왕세자 역의 양요섭과, 허수아비 권력자로 이용만 당하는 존 왕자 역의 서영주는 뮤지컬 ‘로빈훗’에 녹아 있는 ‘갑질’ 풍자에 주목했다.


양요섭은 필립 왕세자가 어떤 왕이 되든 “(존 왕자처럼) 갑의 횡포만 부리지 않아도 중간은 갈 것 같다”며 백성의 입장에서 권력을 해석했다. 서영주는 존의 가벼운 대사와 제멋대로인 행동이 “갑이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이 을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고 현실 세계의 ‘갑질’을 작품에 투영했다.


5월 17일 개막한 뮤지컬 ‘유린타운’은 갑질 풍자를 코믹한 상황에 녹여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오줌마을’인데 이 마을에서는 돈이 없으면 오줌도 싸지 못한다. 공공 화장실을 독점한 대기업에게 굴복하던 민중들이 결국 반기를 들고 일어서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출연 배우인 성기윤은 “10년 전과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에게 늘 숙제로 남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쉽게 나올 수 없다. 따라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은 ‘갑질 고발’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극 중 상황과 인물에 감정이입해 통쾌함과 동시에 간접적으로 위로를 받고자 하는 대중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연 관계자는 “관람객들은 극을 볼 때 자신과 마냥 동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자신이 마주한 현실과 상황을 마주하고 감상할 때가 많다”며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든 이야기들을 콘텐츠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를 통해 힐링을 받는다. 특히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현 시대의 대중들에게 많은 위로가 필요해 이러한 콘텐츠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화 콘텐츠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현실의 문제점을 짚으며, 또 이를 통해 치유 받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답답한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블랙코미디도 좋지만, “정말 현실이 행복하다”고 웃고 춤추고 노래하는 그야말로 ‘행복한 콘텐츠’가 대세가 되는 날이 빠른 시일 내엔 힘들겠지만 그 언젠가라도 오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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