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5.05.11 06:55:24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완화시키기 위한 규제인 수도권 정책을 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서로 다른 처방을 내놓고 있다. 수도권은 기업투자확대를 위한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수도권처럼 발전할 수 있도록 수도권 정책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지향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수도권-비수도권은 동일한 목표에 대한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으며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현 정부의 국정 방향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맞춰져 있다. 경제발전에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단두대(기요틴)에 올려 단번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종합적 국토정책 차원에서 합리적 방안으로 연말까지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국가경쟁력 강화와 투자활성화가 명목상 이유다.
정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비수도권은 수도권 집중은 효율성의 이득을 훨씬 초과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역에 전가하면서 국가 전체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작은 국토지만 골고루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각 지역별 특색을 살려 발전시켜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배경을 비롯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주장 등을 5회에 걸쳐 짚어본다.
◆ 글 싣는 순서
1. 확대되는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2. 수도권 정책의 탄생
3. 수도권 정책을 둘러싼 갈등
4. 수도권 규제완화 끝없는 질주Ⅰ
5. 수도권 규제완화 끝없는 질주Ⅱ
정부는 지난해 12월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 회의를 열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8단체로부터 153개의 과제를 접수했다. 정부검토 결과 수용 114건, 수용곤란 16건, 추가논의 필요 23건으로 결정됐다.
이중 수도권 규제완화 관련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과 항만 및 공항 배후지 개발 제한 완화, 자연보전권역내 공장 신증설 등을 위한 입지규제 완화, 경제자육구역 내 국내기업도 공장총량제 적용 배제로 모두 4건은 종합적인 국토정책 차원에서 선행적으로 추가 논의 필요 항목으로 분류됐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들로 규제 완화 시 도내 잠재 생산 손실액은 연간 3163~5272억원에 이르고 고용 감소 효과도 연간 2089∼3479명으로 추정되는 만큼 비수도권과 지역균형발전협의체 차원의 공동 대응방안이 요구된다.
◆ 수도권 유턴기업 재정지원 허용 시 도내 생산 감소액 1036∼1726억원
수도권 유턴기업 재정지원 허용의 주요 내용은 지방자치단체의 지방투자 촉진에 대한 국가의 재정자금 지원 기준인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 대상에 해외 유턴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수도권 유턴기업도 재정지원을 허용하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이전한 기업은 109개로 전국 두 번째다. 지난 10년간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은 643억 6000만원으로 연평균 64억원이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 1억원이 지원되면 그로 인해 기업은 1.1개가 이전하고, 투자는 20억 2000만원, 신규고용은 6.5명이 창출되는 것으로 지역발전위원회(2014)의 연구 결과 나타났다.
수도권 유턴기업 재정지원 허용 시 강원도 피해를 산정할 경우 최근 10년간 이전한 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최대 연간 1300억 1000만원에 이른다. 이와 같은 투자규모 감소로 생산 감소액은 1036∼1726억원, 고용 감소도 684∼1139명으로 추정된다.
◆ 항만 및 공항 배후지개발 완화 시 도내 손실액 2883억원
지난 2013년 3월 인천시는 국토부, 산업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규제개혁 관련 간담회에서 항만배후단지, 공항구역, 자유무역지역을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제외시켜 줄 것과 항만법상 항만배후단지와 항만구역에 속하지 않는 항만 인근 지역의 공장 설립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할 요청했다.
규제 완화로 인천지역 항만과 공항 배후지역 공장 신증설이 허용될 경우 생산액은 최대 8조 432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지역 항만과 공항 배후지역에 조성 가능한 산업용지 총면적은 272만㎡, 인천지역 산업시설용지 생산액은 310만원/㎡으로 인천지역 생산액이 증가한 만큼 강원도를 비롯한 비수도권의 생산액은 감소하게 된다.
도내 잠재적 생산 손실액은 최대 288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지역 생산액 증가 총액에 최근 10년간 도로 이전한 기업 평균 비중(20%)을 적용하고 인천과 강원도의 여건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인천지역 산업시설용지 생산액과 강원지역 산업시설용지 생산액 비율을 곱해 산출한 결과다.
◆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 규제완화 시 도내 손실액 554억원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 등을 위한 입지 규제완화의 골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지연보전권역 내 총량범위 내에서 공업지역 면적의 규제를 완화하고 개별입지에서 대기업 공장 신설을 허용하는 것이다.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공장입지 규제완화는 강원도의 산업단지 미분양용지 수요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완화가 없었다면 강원도 산업단지에 입지했을 기업이 입지를 전환함에 따라 강원도 산업단지 수요가 감소하고, 이는 생산 손실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 규제완화에 따른 강원도의 잠재적 생산 손실액은 554억원으로 추정된다. 강원도로 기업이전은 연 평균 11개이며, 이들 이전기업의 평균 면적은 9400㎡다. 입지규제가 지속돼 기업이전이 이루어졌다면 10만3400㎡의 산업단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이전이 이루어졌을 경우의 산업단지 수요 면적에 강원도 산업시설 용지 단위면적당 생산액을 적용하면 생산액 손실은 554억 2000만원으로 추정된다. 고용효과는 연간 220명∼366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기업 공장총량제 해제 시 도내 손실액 연간 3163~5272억원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기업 공장총량제 적용 배제의 주요 골자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국내 대기업 유치를 위해 국내기업을 공장총량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지구별 미분양 면적은 총 101만8000㎡로 추정, 산업시설용지 단위면적당 생산액을 적용해 인천지역의 공장총량제 적용 배제 시 생산 증가액을 산출할 경우 315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도내 잠재적 생산 손실액은 최대 108억원에 달하고 고용 감소는 최대 71명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추가 논의과제가 도내에 미치는 종합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강원도에 최근 10년간 수도권 유턴기업 재정지원 허용으로 이전한 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최대 연간 1300억원의 기업투자를 유발할 것으로 추정된다. 도내 잠재 생산 손실액은 연간 3163~5272억원, 고용 감소 효과는 연간 2089∼3479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수도권-비수도권 상생발전 전략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해야 할 분야는 산업경제를 비롯해 정치경제, 문화복지, 교육연수, 교통SOC, 관광레저 등 적지 않다.
앞서 지난달 20일 강원도와 경기도는 상호 소통과 교감을 바탕으로 교류협력 사업을 확대하고 상생공동체 형성을 위해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DMZ 활용 관광상품 개발 및 관광 활성화 공동노력, 군사시설 규제 합리화를 위한 공동 노력, 경계생활권 구성 및 연계 협력사업 발굴지원, 철도노선 개설 및 도로시설 확충 등 공동 노력, 중소기업 판로 개척 및 해외 마케팅 공동 협력,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 지원 및 협력 등 산업경제관광인사교류 등 14가지 항목에 합의했다.
광역정부 및 지방정부간 상생협력은 어느 때보다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한 주요 규정들은 지방자치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지역균형개발 및 지역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지방공기업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에서 발견된다. 다만 지방자치법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이외 법률 규정은 지방정부 수장들의 행정협의회나 지방자치단체조합 등 추진체제를 통해 상생발전을 위한 사무들이 처리되도록 돼 있다.
이처럼 지방정부간 상생발전을 위한 주요 추진체제는 행정협의회와 지방자치단체조합, 그리고 광역경제발전위원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의결사항의 강제 구속력이 없는 등 지방정부간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에 머물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상생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사례로 지역상생발전기금이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소비세 도입에 따른 지역 간 재정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지역상생발전기금은 수도권이 매년 지방소비세액의 35%씩 2010년부터 10년간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출연하는 것으로, 약 3조 5000억원을 조성해 14개 비수도권에 배분하는 제도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발전은 지방정부와 기업, 개인, 단체들이 발전의 주체가 돼 협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상생의 모습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강원도-경기도 간 상생협력 협약은 의미가 있다. 정부는 지방이 상생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는 배양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지방이 역량을 갖출 때 발전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지방분권이 강화돼야 하고 정책적 우위를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
강원발전연구원 류종현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불균형 발전에 대한 헌법의 재인식과 공간적 균형발전,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정부의 행·재정 자립성 제고,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상생협력 등 종합적 관점에서 규제완화가 추진돼야 한다"면서 "수도권 규제완화와 상응해서 지방으로 환류(feed-back)가 되고 지방정부가 원하는 규제를 풀어주거나 상응하는 기회비용이 자동 지불되도록 운영할 수 있는 지방투자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역상생발전기금 개선과 함께 가칭 균형발전교부세를 신설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