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보증 지방채를 발행해 지원키로 했다. 이로써 한 달 여간 계속된 누리과정 예산 지원 논란은 일단락됐다. 다만 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예산은 정부 책임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어 내년 지방채 발행 여부를 지켜봐야 해 논란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6일 오전 강원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고지원액 이외의 누리과정 지원액을 정부보증 지방채로 발행해 강원도로 전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것은 임시방편이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 "교육부와 복지부, 여야 정치권은 누리과정 관련 법령의 충돌과 위법의 소지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은 2017년 말까지 일몰제가 적용된 한시법으로, 현 정부 임기와 시기를 같이 해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공약이행 여부를 결정하는 촌극이 연출될 상황이다. 특히 도교육청이 내년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지방채 발행을 거부할 경우 예산 편성과 관련한 논란은 반복될 수 있다.

민병희 도교육감은 기존 지방채 발행을 반대하던 것과 다른 결정을 한 것과 관련 "국회가 지방재정법을 개정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걱정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오늘만큼은 우는 아이를 품에 안은 '선생님의 마음'으로 법리가 아닌 '세상의 순리'를 따르려고 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6일 오전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 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은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의 발표문 전문이다.

[전문]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관련 강원도교육감 발표문

한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손을 잡고 "왜 우느냐"고 따뜻하게 물어주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부모가 아니라도 먼저, 가까이서 아이를 품에 안은 사람이 눈물을 닦아주고 밥을 먹이는 게 세상의 순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오늘만큼은 우는 아이를 품에 안은 '선생님의 마음'으로 법리가 아닌 '세상의 순리'를 따르려고 합니다.

알다시피 지난해 말 정부와 여야는 법률개정과 목적예비비 5064억의 집행을 2월 임시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믿고, 교육예산을 끌어다가 보육예산 3개월분을 세워 집행했습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믿음은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그렇게 3월이 가고, 4월이 지났습니다.

끝내, 강원과 전북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중단이 벌어졌습니다. 그제야 부랴부랴 지방재정법 개정이 확정되고 오늘 오후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임시방편이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습니다. 교육부와 복지부, 여야 정치권은 누리과정 관련 법령의 충돌과 위법의 소지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를 조속히 시작해 주십시오.

아울러, 현행법상 무상보육의 법적 책임은 정부에 있음과 박근혜 정부의 10대 복지정책 중 하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강조해 둡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의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걱정을 외면할 수 없기에 우리 강원도교육청은 국고지원액 이외의 누리과정 지원액을 정부보증 지방채로 발행해 강원도로 전출하고자 합니다.

도민들께 부탁합니다.

열악한 강원도 교육 재정으로 매년 1000억 가까이 빚을 내 복지부 소관기관인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방식이 아님을 알아주십시오.

보편적 복지로서의 무상보육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리과정 관련 법령의 정비와 국비 지원, 교육 예산 확충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음을 알아주시고, 이를 위해 강원도민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2015년 5월 6일

강원도교육감 민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