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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본에 충실한 ‘애플워치’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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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창현기자 |  2015.04.15 11:06:08

스마트워치 시장이 애플의 가세로 본격화 하는 모양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을 포함해 1차 출시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등 9개국에서 자사 스마트워치 ‘애플워치’의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당초 애플의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주력시장인 미국의 경우, 애플이 1차로 내놓은 판매물량은 6시간만에 품절됐고, 대부분의 모델이 예약판매 개시 후 일찌감치 소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다른 국가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2천만 원을 호가하는 18캐럿 골드 모델 ‘애플워치 에디션’이 1시간도 안 돼 완판되는 저력을 보였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주요외신은 예약판매 첫날 애플이 팔아치운 스마트워치가 1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삼성, LG, 모토로라 등 구글을 등에 업은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의 지난 한 해 총판매량을 넘어서는 성적이다. 본격 웨어러블 시대의 개막을 알리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워치들은 불과 72만대 정도 보급된 것에 그쳤다.

여타 브랜드에 비해 애플 고객의 충성도가 유달리 높다는 점, 대기 수요자들이 판매 초기 일시적으로 몰렸다는 점 등을 감안해도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은 애플 브랜드의 힘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애플워치가 처음 공개된 후 대다수 언론과 업계 관계자들이 보인 유보적인 반응을 생각할 때 더욱 그랬다. 이들은 대체로 애플워치가 좋은 스마트워치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애플에 기대하는 ‘원모어씽(One More Thing)’은 없다고 평가했다.

애플이라면 기존에 공개됐던 스마트워치와는 다른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애플워치의 배터리 지속시간은 18시간으로 하루가 채 되지 않았다. 디지털 헬스케어, 핀테크 등 앞으로 애플워치가 응용될 영역은 무궁무진했지만, 아직 대중화를 위해선 좀더 시간이 필요했다. 한마디로 잠재력은 높이 평가했지만, 그에 비해 지금 당장의 쓸모에는 물음표가 달렸다.

이런 평가는 애플워치뿐 아니라 기존 스마트워치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워치 시장이 높은 관심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쉽게 활성화되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애플워치 판매가 시작되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시장 반응이 이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애플은 무엇이 달랐나?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워치가 처음 공개되던 지난해 9월, 애플은 자사의 스마트워치가 우선 시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마트워치에서 ‘스마트’가 아니라 ‘워치’에 강조점을 둔 것이다. 사물인터텟, 웨어러블 기기가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다른 IT·모바일 제조사들이 손목에 착용하는 IT 제품으로 자사 제품이 얼마나 ‘스마트’한지 부각했던 것과 대조되는 태도였다.

‘애플워치’란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애플워치’, ‘애플워치 스포츠’, ‘애플워치 에디션’ 등 3가지 콜렉션으로 제품을 나누고 38개의 서로 다른 모델을 제시했다. 시계 인터페이스 또한 사용자가 원하는 다양한 형태로 꾸밀 수 있게 했다. 시계 자체의 매력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논란이 됐던 2천만 원짜리 모델은 그런 애플의 태도를 짐작케 하고, 애플 이벤트 현장에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초청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물론 애플이 기능적인 ‘스마트’ 측면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 철저히 신제품이나 프로젝트를 비밀에 부치는 애플은 이례적으로 애플워치 출시 6개월 전에 제품을 미리 공개했고, 작년 말부터 애플워치용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공개해 앱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이었다. 서드파티 앱 개발자들을 독려하며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은 아이폰 시절부터 애플이 가장 잘 하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애플은 기본에 충실했다. 애플워치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다. 현재 시점에서 제품의 실제 쓰임을 고려하고, 이에 충실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 그리고, 꾸준히 제품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파트너들과 건전한 생태계를 꾸리는 것. ‘후발주자’ 애플이 경쟁사들의 1년치 판매량을 하루만에 팔아치운 비결 아닌 비결이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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