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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의 남다른 ‘인문학 사랑’…배경은 고객제일주의

[재계+뷰] 스마트 시대 총체적 위기…신세계 ‘인간중심’에서 대안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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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4.13 16:46:44

▲지난 9일 신세계그룹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식향연’ 인문학 강좌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무대에 서서 대학생들에게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강을 실시했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문학 전도사’로 나서 주목된다.
‘인간중심 경영’을 앞세우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장경제의 최첨병에 서 있는 유통대기업 총수가 결과보다 과정을, 실리보다 가치를 중시하는 인문학에 왜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걸까? (CNB=이성호 기자)
정 부회장 ‘지식향연 강연’ 큰 호응
고객제일주의 뿌리는 인간중심 사상
올해 신입사원 절반 인문계열 전공자
“스마트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위기극복과 꿈을 이루기 위해선 인문학이 요구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 9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진행된 ‘2015 지식향연’ 프로젝트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지식향연’이라는 타이틀로 인문학 중흥을 피력하며 일선에서 젊은이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머리와 가슴으로 만나는 인간과 문화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강조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날 1000여명의 대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정 부회장은 평소의 인문학 중흥에 대한 절실한 의지 및 ‘지식향연’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먼저 현 시대를 일명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 시대’ 라며 축복이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새로운 가치와 편리를 제공해 주는 것은 혜택이지만, 인간 본연의 능력인 사고력·판단력이 퇴화될 수 있음은 물론 합리적·논리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인지하는 ‘비판적 사고’가 결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부회장은 한계를 극복하고 스마트 시대에 제대로 된 축복을 누리기 위해 3가지 방안을 제안해 청중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첫 번째 방안은 ‘인문학적 지혜가 담긴 글을 읽는 것’이다. 세계적인 테너인 안드레아 보첼리가 시각장애를 딛고 변호사와 성악가의 꿈을 이룬 사례를 소개하며 이는 눈으로 하는 독서가 아니라 머리와 가슴으로 하는 독서가 있었음을 피력했다.
그는 “역사책 속에는 문학과 철학이 공존한다”며 “역사적 인물들의 삶은 문학적이고 드라마틱한 서사가 가득하고 역사적 사건들 속에는 그 시대를 지배하는 철학이 깃들어 있다”며 인문학적 글을 읽으려고 할 때 역사책부터 읽을 것을 조언했다.
역사책을 통해 사회현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역사의식’을 키워야 한다는 것으로 왜곡된 사실에 휘둘리지 않고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인문학적 사고의 과정이라고 제시했다. 하버드대의 혹독한 신입생 글쓰기 훈련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관점에 대해 성찰하고, 타 의견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기회를 얻게 됨과 동시에 자신의 논리를 창의적으로 정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 부회장은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는 최고의 사고력 훈련이라는 것으로 삶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서로의 견해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사고가 정교해지고 논리가 더욱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이 세 가지 조언의 실천은 결국 인간 삶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언어로 단련하고 이를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는 인문학의 본질”이라고 역설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강의 모습.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스펙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인성 중시

지식향연은 2014년도부터 시작된 신세계그룹의 인문학 중흥사업이다. 올해에는 이번에 고려대를 시작으로 건국대·제주대·경북대·강원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서 인문학 강연 등 8월 말까지 이어진다.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 송동훈 문명탐험가, 한명기 사학과 교수, 한형조 철학 교수 등 각 명사들이 강연자로 참여한다. 강연 청취 학생 중 20명을 선정해 프랑스 대혁명시대와 나폴레옹의 발자취를 따라 프랑스·벨기에·영국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양질의 인문학 서적을 적극 발굴해 국내에 소개할 구상도 가지고 있다.
신세계의 인문학 발전 프로젝트의 대상은 젊은이들만이 아니다. 궁극적인 목적을 ‘전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인문학 소양을 갖춘 미래의 예비리더를 양성하고, 전국민 대상 수준 높은 특강 공연을 제공해 인문학 저변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더불어 전세계 인문학 유산을 양질의 컨텐츠로 발굴·전파한다는 세부전략을 짜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처럼 신세계가 인문학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고객제일주의’가 ‘인간중심’ 이념을 바탕으로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사람’인 만큼, 정신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학이야말로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되는 밑거름이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신세계는 인문학적 소양과 폭넓은 시각, 깊이 있는 통찰력을 지닌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4년 11월부터 신입사원 채용에서 스펙 중심의 평가방식을 벗어나 오디션 방식으로 인재를 뽑는 ‘드림 스테이지’를 시작했다.
이에 신세계의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인문계열 전공자가 43%로 상경계열 전공자( 35%)를 앞섰다. 지난해에는 인문계열 전공자 30%, 상경계열 전공자 50%였다.
신세계 관계자는 13일 CNB와 통화에서 “현재 대학생들이 단기적인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고 있어 이는 본인을 위해서나 국가적으로 볼 때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정 부회장의 지론에서부터 인문학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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