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는 ‘소비자집단소송법안’ 등 여러 건의 관련 법안이 계류중이다. (사진자료=CNB포토뱅크)
홈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손해배상청구 공동소송이 추진중인 가운데 이번 일을 계기로 ‘집단소송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집단소송은 소송에 참여한 사람들만 승소할 경우 보상받을 수 있지만 집단소송제가 제도화되면 동일한 사안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굳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CNB가 집단소송제 추진 향배를 살폈다. (CNB=이성호 기자)
현재는 개별 기업에 승소한 당사자만 보상
집단소송제 되면 동일사건 피해자 전원 구제
4월 임시국회 상정…기업들 “소송 남용 우려”
지난 2월 검찰은 고객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고 보험사에 판매한 혐의로 홈플러스 법인 및 도성환 사장 등 전·현직 홈플러스 임직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2011년 말부터 지난해 7월까지 11차례에 걸친 경품행사에서 고객들의 개인정보 712만건을 부당하게 입수, 7개 보험사에 팔아 148억원을 챙긴 혐의다. 또 회원카드 가입방식으로 수집한 1694만건은 보험사 2곳에 83억5000만원에 불법 판매했다. 총 2406만건의 개인정보를 건당 1980원~2800원에 거래해 약 231억7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
이에 참여연대, 경실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에서는 피해자들을 모아 공동 손배소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만 구제받을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즉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장사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모든 소비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에 일일이 소송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은 비용 문제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지난해 카드사들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에서도 제대로 된 피해자 구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번 홈플러스 사건을 계기로 집단소송제 도입을 더욱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집단소송제는 동일 피해에 대해 일부 소비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승소를 하면, 타 피해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그 판결의 효력(기판력)으로 인해 모두 구제 받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금융 관련 분야에만 한정돼 적용되고 있는데 그 범위를 공정거래 분야까지 확대 시키자는 것.
집단소송제 관련 법안으로는 ‘소비자집단소송법안(서영교 의원 대표발의)’, ‘집단소송법안(우윤근 의원 대표발의)’과 이만우 의원과 이종훈 의원이 각각 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그리고 ‘소비자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상민 의원 대표발의) 등 여러 건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4월 임시국회, 집단소송제 논의 ‘촉각’
이들 법안 모두는 계류 중인 상태다. 집단소송제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
국회에 따르면 먼저 찬성 측은 소액의 피해를 입은 다수의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고, 피고 측에서도 많은 피해자들이 제기하는 수많은 개별 소송들을 개별적으로 방어하기보다는 집단소송에 대한 방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피해를 입고도 제소가 힘들었던 사건들에 대한 소송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배상액도 커지게 됨에 따라 기업이나 정부에서는 부적절한 동일한 행위의 반복을 억제하게 돼 불법행위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부연이다.
반대 측에서는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판의 증가 ▲법원의 업무 과중 및 재판업무의 지연 ▲남소(濫訴) 및 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유발 ▲규제권력의 사적 단체로의 이전 ▲피소 기업의 방어비용·평판 등에서의 막대한 손실 ▲미국의 집단소송에 대한 비난 여론 증가 추세 및 관련 사례 등을 이유로 집단소송제 도입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배상을 노리거나 기업을 공격할 목적으로 악의적 소송이 남발되고 이로 인해 기업의 이미지 실추와 주가하락에 따른 적대적 M&A 노출됨을 우려했다. 더불어 미국의 경험상 집단소송의 폐해는 큰 반면 소비자 피해구제 효과는 미약하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집단소송제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법체계와 상이한 영미법상의 제도라는 점을 들어 도입여부 및 구체적인 도입방안에 대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무엇보다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 위축으로 인해 담합(카르텔) 적발이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이처럼 집단소송제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합일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으로 향후 국회 처리과정이 예의주시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소비자집단소송법안을 대표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이 법을 만드는 데 걸린 기간만 1년 정도 소요됐다”며 “안전장치도 담았기에 일부에서 제기하는 소송 남발 여지도 없어 국회에서 시급히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에서는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를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CNB에 “집단소송제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번 4월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법안으로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사무처장은 “최근 카드 3사 정보유출과 홈플러스 사태 등 국민들은 황당하고 불합리한 일을 겪을 경우에만 공동소송에 나서고 있다”며 “기업들이 합리적이고 당당하게 처신하면 소를 제기할 이유도 없기에 업체 부담이나 남소의 염려는 없다”고 전제했다.
집단소송제는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공정위에서도 초창기 업무보고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경제민주화 법안이 폐기되면서 손을 놓고 있어 안타깝다는 것,
안 처장은 “리니언시로 인해 과징금 등을 면제를 받았다고 해도 소비자 피해 부문에서도 면죄부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담합 및 불법행위로 기망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집단소송제는 필수조건”이라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