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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전표 매입 전(全) 금융사 확대…‘전표 깡’ 실체 수면 위

[심층취재] 가맹점수수료 놔둔 채 ‘전표할인’ 만 허용…카드사 ‘표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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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3.23 10:42:08

▲은행 등 타 금융기관도 카드전표 매입을 할 수 있게 될 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자료=CNB포토뱅크)

카드사에게만 팔 수 있는 카드전표를 전 금융사가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전표 깡’ 관련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해당 법안이 카드사의 주 수입원인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건드리지 않아 대형카드사들은 무덤덤한 모양새다. 그 내막을 따라가 봤다. (CNB=이성호 기자)

카드전표매입 전 금융사로 확대
전표 깡 통해 긴급자금마련 가능
수수료는 그대로…카드사 무덤덤

최근 정두언 의원(새누리당)은 신용카드거래로 생긴 채권(전표) 즉 카드영수증을 은행·증권·보험사 등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전표 매입을 현재처럼 카드사 독점이 아닌 타 금융기관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밥그릇’을 공유하게 되는 것으로 심각한 경영 타격을 입게 돼 반발할 것으로 보였지만, CNB 취재결과 예상과 달리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다만 혹시라도 모를 전개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은 폐쇄형인 3당사자 체제(카드사, 소비자, 가맹점)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음식점에서 식사비 7000원을 카드로 결제했다면, 음식점에서는 이 전표를 카드사에 보낸다. 카드사는 매입한 7000원의 전표에 대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떼고 금액을 지불한다. 이후 소비자는 카드결제대금을 카드사에 입금하는 형식이다.

카드사가 발급과 전표 매입 업무를 모두 수행함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 수준도 직접 결정하고 있다.

문제는 가맹점이 카드사외에 매입사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는 것. 정두언 의원은 신용카드사의 일방적인 가맹점계약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공급자 위주의 가격결정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의원은 여전법 개정안에 여신업을 할 수 있는 모든 금융기관에서도 카드 전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렇게 되면 카드사와 타 금융기관간의 수수료 경쟁이 벌어지고 중소가맹점의 선택권이 보장돼 현재 평균 수수료율이 2.3%인 매출 2억원 이상 중소가맹점의 부당한 수수료 부담을 대폭 완화 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카드사가 지금까지 2%대의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면 은행 등에서 참여할 경우 경쟁논리에 따라 1%대로 전표를 사갈 수도 있게 된다는 부연이다.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가맹점 수수료율 1%포인트 인하시, 중소신용카드 가맹점(연매출액 2억원 이상, 66만 곳)에게 연 2조원 이상의 혜택(2013년 매출기준)이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카드사만 독점으로 전표를 매입하다보니 수수료도 마음대로 책정하고 중·소상공인한테 폭리를 취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문호를 넓혀 미국 등 선진국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에서는 발급기관, 매입기관, 소비자, 가맹점으로 구분하는 4당사자 체제(개방형)를 운영하고 있다.

발급기관은 회원에게 카드를 만들어주고 신용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회원수수료를 받는다. 매입기관은 가맹점에 판매대금을 지급하면서 가맹점 수수료를 받고 판매대금 정산 등의 대가로 발급기관에게 정산수수료를 지급한다. 운영기관은 정산수수료를 조정·결정하고 규정 제정 등 네트워크 운영을 담당하면서 회원기관으로부터 네트워크 이용에 따른 수수료를 수취하는 구조다.

정 의원 측은 “카드 결제가 활성화 돼 있으나 수수료가 비싸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며 “특히 법이 개정되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카드채권 선지급 서비스도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사로부터 돈이 들어오는 결제기간이 3일~15일이 소요됨에 따라, 일부 가맹점들은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부득이 하게 대부업체 등 사금융에서 최소 연 20% 이상의 고금리 ‘카드채권 선지급 서비스’를 받고 있는 형국이다. 개방형으로 복수 사업자가 들어오게 되면 아무래도 경쟁구도를 보여 결제기간이 단축,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결제가 늦어지다 보니 사금융에게 많게는 110%까지 연 이자를 주고 전표 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순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것으로 경제민주화에도 관련성이 있어 서민을 위해 시급히 논의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두언 의원의 카드수수료율 결정구조 개선방안. (자료=정두언 의원실)


카드사-가맹점 간 수수료 체계 변동 없어 

한편, 카드업계에서는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 담으며 우선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유가 뭘까? 

하나카드 롯데카드 비씨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 등 신용카드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이들을 대변하고 있는 여신금융협회는 즉각 법안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새로운 전표매입사를 출현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는 것.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CNB에 “개정안을 살펴본 결과, 타 금융기관도 채권매입사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초단기 대출(카드채권 선지급 서비스)을 합법화 시킨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현행 여전법 제20조(매출채권의 양도금지 등) 1항에서는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에 따른 거래로 생긴 채권을 신용카드업자 외의 자에게 양도해서는 안 되고, 신용카드업자 외의 자는 이를 양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정 의원의 개정안에서는 이 부문을 손봤다. 신용카드업자는 물론 ▲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은행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중소기업은행 ▲보험업법에 따른 보험회사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른 상호저축은행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여신업무를 하는 기관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등이 채권을 양도·양수할 수 있도록 했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발급과 매입시장이 분리돼 전표매입사들이 카드사처럼 가맹점 수수료도 받고 채권을 사갈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카드사들이 현재처럼 수수료를 뗀 채권을 가맹점에서 타 금융기관에 양도할 수 없었지만 이를 허용한 것뿐이라는 분석이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매입사가 추가로 생겨나는 것이 아닌 고금리의 채권 선지급 대출을 제도권으로 넓히는 것으로 이자를 낮추는 효과는 있겠지만 가맹점 수수료와는 무관하다”는 시각을 보였다.

정 의원 측에서는 ‘신용카드 부당수수료 시정법’이라며 타 매입사가 시장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을 만들 때 세세한 규정이 들어간 여러 가지 안들을 놓고 고민하다가 일단 2O조 1항만 개정해 큰 틀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나머지 세부 사안들은 법이 통과되면 하위법령 등을 통해 구체화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분명히 전표매입사가 생겨나도록 하는 법안이며, 반발 등 지리한 공방이 벌어져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차단키 위해 모법에서는 단순 개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순전히 소상공인들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여전법 20조 1항만 수정하면 매입사업자가 탄생해 카드사처럼 똑같이 가맹점과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받는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냐는 CNB의 질문에 “현재 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으로 답변을 할 수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채권 선지급 서비스만 가능하게 되느냐는 점도 아직은 검토 중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국회에 따르면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현역 의원시절이던 2012년 국회에 제출해 현재 계류중인 ‘여전법 개정안’에서도 카드사외의 매입기관을 도입하는 4당사자 체제 개편을 담았다. 이 법안에서는 정 의원의 안과 비슷하게 20조에 신용카드업자 또는 신용카드매출채권매입업자가 양도·양수를 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단, ‘신용카드매출채권매입업’을 신설하고 채권매입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는 등 구체화하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비교. (자료=한국은행)


여신협회, 타 매입기관 출현 ‘절대 불가’ 고수

카드업계 입장에서는 다른 매입기관의 출현이 반가울리 없다. 금융감독원과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절반(49.9%)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 내용을 들여다보니 이것만 가지고 매입이 개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매입사를 선택하게끔 해 수수료를 대폭 하락시키겠다는 정 의원의 시정 의지가 크고 법 목적도 그렇기에 법안 심사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여기에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이낙연 전 의원의 안도 병합심사될 가능성도 있다.

여신협회는 앞서 국회에 우리나라는 신용카드사 외에도 결제대행업체가 네트워크 구축에 실질적으로 참여해 가맹점 네트워크 구축이 용이하며, 매출전표의 거의 대부분이 전산으로 처리되고 있어 미국 등과 달리 4당사자 체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적다고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4당사자 구조가 도입된 것은 신용카드제도가 형성될 당시 비자·마스터카드 등 브랜드사를 대신해 가맹점 확대 및 관리 등 네트워크 형성을 구축하고, 전산시스템이 갖춰 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표 매입업무를 담당할 기구가 요구됐기 때문이라는 것.

더욱이 4당사자 체제를 도입할 경우 발급사와 매입사간 정산수수료율을 결정하고 대금 정산 등을 담당하는 별도의 정산기구가 필요함에 따라 기 구축된 인프라의 변경·매몰비용 및 신규 인프라 구축에 따른 투자비용 등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현재 카드시장은 서로 뺏고 뺏기는 레드오션으로 수수료율도 독과점이 아니라 법에 따른 적격비용(원가)을 산출해 정하고 있다”며 “기존체제에 1개 영역이 새로 들어오게 될 경우 거치는 데가 많아 비용이 증가될 수 있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좋은 취지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 상황에 맞는 지와 정말로 수수료가 낮아질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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