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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 고객 막아라”…금융권 '계좌이동제' 무한경쟁 돌입

[심층취재] 우리은행 '주거래 고객 패키지' 포문…시중은행 현장목소리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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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3.10 11:52:46

▲계좌이동제에 따른 은행권의 주거래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CNB포토뱅크)

오는 9월 계좌이동제가 본격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은행권이 치열한 주거래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섰다. 

우선 가장 적극적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10일 입출식 통장, 신용카드 및 신용대출 상품으로 구성된 ‘우리 주거래 고객 상품 패키지’를 선보이며 포문을 열었다. 다른 은행들도 이에 질세라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선방 날린 우리은행, 금융권 대비책 분주 
은행간 ‘치킨 게임’ 될라 우려 목소리도 
혜택따라 이동 ‘메뚜기 손님’ 방지책 절실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은행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각종 공과금·급여·통신비 이체 거래 등도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 이전되는 시스템이다.

즉, 현재까지는 타은행으로 주거래계좌를 이동할 때 줄줄이 엮여 있는 자동이체 때문에 번거롭고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새로 계좌를 개설하는 은행에서 자동이체 내역을 원스톱으로 변경해줘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게 된다.

정부는 당초 2016년부터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앞당겨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반면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싸움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먼저 선방을 날린 것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주거래 고객 상품 패키지’를 내놨다. 

이 패키지는 계좌이동제를 대비해 주거래 고객에 대한 혜택을 늘린 것이 핵심. 기존에 우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대출이나 예금 잔액을 일정 기간 이상 유지해야 하고, 보유 상품수를 늘리거나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있어야 하는 등 등급별로 복잡했던 조건을 단순화시켰다.

급여·연금이체, 관리비·공과금 등 자동이체, 우리카드 결제계좌 등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돼 우리 주거래 통장, 우리 주거래 카드, 우리 주거래 신용대출 및 직장인 대출 이용 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리 주거래 통장’은 주거래 요건을 충족하면, 당·타행 이체 수수료를 월 최대 15회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우리 주거래 카드’는 6개월 동안 300만원 이상 사용하는 경우, 카드포인트로 1만5000포인트씩 연간 3만포인트가 적립된다. ‘우리 주거래 신용대출’은 소득은 없으나 본인 명의 통장에서 자동이체나 본인 명의 카드가 결제되는 주부 등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으로, 별도의 소득서류 제출없이 영업점 및 인터넷·스마트뱅킹을 통해 500만원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우리 주거래 직장인 대출’도 판매한다. 기존 신용대출 대비 한도 및 금리 우대 혜택을 높인 신용대출 상품으로 우리 주거래 신용대출 상품과 마찬가지로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CNB에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출시했다”며 “입출식통장은 수수료 면제 혜택을, 카드는 다양한 포인트 적립을, 대출은 주고객에 대해 한도액을 늘리고 우대 금리를 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계좌이동제를 기회로 보고 착실히 대응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 1월 ‘전국 영업점장 회의’를 열고 “이동제를 앞두고 평생고객화는 IBK가 1등 은행이 되기 위한 강력한 무기”라며 “고객의 상황별 맞춤 금융서비스 제공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CNB에 “지난 2월부터 ‘계좌이동제 대응체계구축TF’를 구성해 전산에서부터 상품 부문까지 대응책을 마련해 가고 있다”며 “먼저 오는 4월 평생·은퇴설계 서비스를 내놓는 등 상반기에 고객 맞춤 상품들을 차례차례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 등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중순에 그룹 공동으로 계좌이동제 관련 대비 태스크포스팀을 꾸려서 현재 결재성 고객이라든지 자동이체 패턴 분석 등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거래고객 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방식을 고려·검토하고 있으며 유관부서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고, 신한은행 측도 “준비 중이나 상품 등의 출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CNB에 전했다. SC은행 관계자는 “조만간 은행장 주재로 계좌이동제 대응책을 위한 첫 회의를 열 계획으로 이후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알렸다.

이처럼 은행들이 주거래확보 경쟁에 목을 매고 있어, ‘치킨 게임’이 우려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저수익과 저금리·저성장인 시장 상황에서 베이스(기초)로 깔고 가는 게 있어야 하는데, 주거래를 하고 있는 고객층 자체를 많이 흡수하고 있는 것이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 은행권의 최대현안이자 공통적인 공략 타깃”이라고 전제하며 “한 곳에서 고객 이탈을 막고 확보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되면, 이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물고 물리는 쟁탈전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들의 이 같은 과다한 경쟁 구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CNB와 통화에서 “계좌 유치 즉 출혈경쟁이 심해지면 요구불예금의 금리가 올라갈 수 있어 은행의 입장에서는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 팀장은 이어 “고객입장에서도 혜택을 뒤쫓다 보면 사실 크게 바뀌는 부문이 없음에도 왔다 갔다 하는 등 은행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자율경쟁을 유도하면서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소모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 정 팀장은 “예를 들어 1년간 못 옮긴다는 기간제약 조건을 달아주는 등 운영의 묘를 살리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시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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