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조현경은 "노비들이 오늘날의 샐러리맨과 다름없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일부 역사학자들의 해석에서 집필의 힌트를 얻어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양반과 권력자들만의 기록인 '역사'에서 지워진 부분들을 복원해냈다.
책은 개국공신 양반가의 도도한 외동딸에서 노비로 전락한 뒤 전에는 알지 못했던 민초들의 삶을 직접 살아내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가는 인엽.
고려 말 갓 문과에 급제한 이방원의 소생으로 잉태되었으나 거짓된 과거로 인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살아가는 무명. 이 둘의 삶이 조선 개국 초기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맞물리면서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그리고 이 두 주인공을 둘러싼 숱한 인물들은 모반(謀反)과 복권(復權)이 되풀이되는 과정 속에서 서로의 신분과 입장, 위치가 엇갈리고 뒤바뀌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한 번 노비는 평생 노비일 수밖에 없었던 조선 사회의 신분 구조에 개국 초기라는 과도기의 역사를 이식함으로써 이와 같은 반전을 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 연애사’라는 연작시리즈의 제목에서 보이듯 '하녀들'은 비천한 신분의 주인공들이 만들어 가는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랑의 완성이 이루어지는 지점이 추락과 상승을 경험한 뒤에 찾아온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엄격한 계급 사회에서 신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과감하게 진행된다는 점 등에서 볼 때 '하녀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느낌은 ‘연애’가 주는 달콤함을 넘어서고 있다.
고려 말부터 조선 세종 등극까지(1883년~1418년)의 35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속에서 ‘사랑’은 과연 얼마나 장엄한 역사를 만들어냈을까. 브라운관으로 전해지는 감동 이상의 몰입감이 이 책을 손에 잡게 만든다.
△지은이 조현경 △펴낸곳 사람in △352쪽 △정가 13000원.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