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표절 논란은 지난해 12월 25∼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아트쇼2014'에 걸린 중견작가 하태임의 컬러밴드 작품을 복사한 듯 한 그림을 하 작가의 지인들이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SNS를 통해 누가 봐도 같은 사람의 그림인데, 작가명이 다른 것에 의문을 제기했고, 하 작가가 현장을 방문해 이 그림이 전시장에 걸리게 된 자초지종을 확인하면서 두 작가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하태임 작가는 "10년의 긴 프랑스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지금까지 추상작업을 고집하며 창조해낸 화풍을 이제 그림을 배우는 학생들이 따라 할 수는 있지만, 공개된 전시장에 버젓이 자신의 이름과 함께 걸어놓은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표절을 했다는 지적을 받은 임○○작가는 "나도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고 논문도 작성했다. 같은 그림이라도 개념이 다르면 되는 것 아니냐"며 "그림을 전시장에서 철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임○○ 작가를 전시에 참여시킨 평창동의 화랑 대표 K씨가 어린 작가를 이해시키고 각성시켜 현장에서 그림과 작가 이름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대중들의 관심을 덜 받는 미술계에서 표절을 넘어 위작·모작 등 다양한 형태의 복제 그림들이 나오고 있을까?
일련의 사태에 대해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엇비슷하게 그리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폭 넓은 대중 인지도를 누가 확보하고 있느냐가 일종의 특허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소개가 안됐을 뿐 글로벌 시장에서 동일한 작품이 나와 있을 수 있다"며 "법적으로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누구의 작품이 먼저 발표됐는가 보다는 화풍을 만든 시간과 그것을 인지시켜 지명도를 쌓은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 격인 하태임 작가는 “하나의 화풍이 완성이 되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 특정 작가의 조형요소가 좋아서 따라했다면 미리 알려주었어야 한다. 그 부분이 없다는 것에 비애감을 느낀다” 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술대학 졸업전시에서도 선배들의 화풍을 베낀 듯이 그려낸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며 “쉽게 따라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진정한 독창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형 아트페어 현장에서 발생한 짝퉁 그림의 해프닝은 이해 당사자들의 나름 원만한 대화를 통해 해결이 된 상태이다.
그러나 제2, 제3의 베낀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은 인기를 얻고 돈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이 유혹에 붓을 잡은 작가와 이들과 함께 상생하는 화랑관계자들마저 손쉽게 선을 넘기 마련이다.
음악과 출판관련 분야에만 저작권 관련 판례가 있는 현실에서 미술계에서도 모작과 위작에 대한 정확한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만 오랜 시간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다했던 수많은 화가들의 창작 의욕이 꺽이지 않을 것이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