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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그래법’, 비정규직 차별 해소부터 시작하자

선진국들,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차별 허용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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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4.12.26 15:07:03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며 숱한 화제를 몰고 온 드라마 ‘미생’이 지난 20일 수많은 찬사와 환호속에 종영됐다. 하지만 주인공 ‘장그래’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다.

특히 29일 노사정위원회에서 협의될 예정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놓고 다시금 논란이 분분하다. 2년까지 허용되던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핵심골자로 알려진 정부측 대책안을 한 보수언론이 ‘장그래법’이라 명명하면서 논란은 격화일로에 있다.

과연 ‘미생’을 시청하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운 이름짓기를 보며 기자는 ‘미생’에서 가장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드라마 미생의 중반부 하일라이트는 낙하산 계약직 장그래가 남다른 통찰력과 열정으로 영업3팀 모두가 꺼려하던 요르단 중고차 수출 프로젝트를 과감하게 제안하고,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입회한 관련 프리젠테이션을 화려하게 성공시키는 장면이다.

요르단 프로젝트의 성사 이후 영업3팀 구성원들은 모두 직급에 걸맞는 보상을 회사로부터 받게 되지만, 정작 프로젝트의 기획과 진행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장그래는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다.

이같은 연출을 통해 드라마 ‘미생’은 비정규직 문제가 단순히 정규직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규직과의 차별 대우’에도 있음을 명확히 했다.

정규직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그에 훨씬 못미치는 임금을 받고, 정규직에게 허용된 모든 보상 체계에서 제외되는 류의 비정규직 차별 대우는 사실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는 악습이다.

해외의 경우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상당수의 국가들이 노사정 협약 또는 법률을 통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차별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노동유연성이 높은 미국조차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임금평등법이 발효되면서 임금 차별이 금지되고 있으며, 덴마크같은 나라는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최고 3배에 달할 정도다.

정규직들이 직업 안정성과 각종 사회적 보장 차원에서 유리한 조건에 있는 만큼, 임금은 비정규직들보다 비슷하거나 적게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차별이 일정 정도 해소된다면, 말그대로 양자의 차이는 직업 안정성밖에 남지 않게 된다. 기업이 평소 요구하던 ‘노동 유연성’도 확보되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양극화 현상이 감소하는 그야말로 ‘윈-윈’ 방안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노사정협의회가 진정으로 ‘장그래’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합의된 법안에 장그래의 이름을 붙이고 싶다면, 최소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채용 강화와 차별대우 해소 둘 중 하나는 담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장그래의 이름이 엉뚱한 법안과 연계되어 웃음거리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노사정협의회에 참가하는 모든 정부, 기업, 노조측 대표들의 '미생' 단체관람을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바이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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