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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박노해 시집, '노동의 새벽' 출간 30주년 개정판

초판본의 창조적 노동의 과정을 오롯이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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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왕진오기자 |  2014.12.26 08:53:31

▲'노동의 새벽'.

1984년, 한 공장 노동자의 손에서 한 문학평론가의 손으로 신문 하나가 건네졌다. 그 신문지 사이에서, 얇은 습자지 위에 연필로 또박또박 눌러 쓴 시들이 쏟아져 나왔다.

군사독재 치하의 엄혹한 시절, 한 편 한 편의 시는 가슴에 불을 지피는 충격이었고 눈물이었고 위험한 그 무엇이었다. 시인은 자신을 밝히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며 사라졌다.

그 시들이 묶여 한 권의 시집으로 탄생했고, 그것이 바로 '얼굴 없는 시인'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었다.

'노동의 새벽'은 곧바로 엄청난 충격과 논란을 몰고 왔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 중의 한 권으로 남게 됐다.

저자 박노해는 이 시집을 세상에 발표하고 곧바로 위험 인물로 떠올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채로 각종 시국 사건의 배후 인물로 추적당했다. 그는 '불순한' 노동자, '불온한' 시인, '위험한' 혁명가였다.
군사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새벽'은 출간 이듬 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박노해는 등장하자마자 평론가 김윤식, 임헌영 등이 뽑은 ‘1984년의 시인’ 중 한 사람이 됐다.

1988년에는 계간 '문예중앙'과 평론가들이 선정한 ‘지난 10년간 최고의 작품 한 편’으로 '노동의 새벽'이 뽑히기도 했다. 1991년 그가 구속될 때까지 공식 기록은 없지만 이 시집은 100만 부 가까이가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학적으로, 문화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노동의 새벽'이 던진 파장은 넓고 컸다. 문단은 경악했다. 그의 시는 지식인 시인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닿을 수 없는 지점에 이미 도달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노동자 계급이 자신의 목소리로, 군홧발로 짓밟혀온 1000만 노동자의 살아있는 실체의 모습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것은 ‘잊혀진 존재’였던 노동자가 역사의 당당한 주체로 걸어 나오는 시대적 예감이었다. 이로써 '노동의 새벽'은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하나의 커다란 지침이 되기도 했다.

'노동의 새벽'에 묶인 42편의 시 가운데 '가리봉시장', '지문을 부른다', '시다의 꿈', '진짜 노동자', '노동의 새벽', '바겐세일' 등 20여 편의 시들이 80년대 민중가요로 작곡되어 노래의 몸을 입고 울려 퍼졌다.

2004년, 故신해철 씨가 프로듀싱을 맡고 싸이, 윤도현, 한대수, 언니네 이발관 등의 뮤지션이 참여한 '노동의 새벽 20주년 헌정앨범'이 발매되었는데, 한 권의 시집에 음반과 공연이 헌정되는 것은 한국음악사상 유례 없는 일이었다.

출간 30년을 맞아 나온 개정판 본문의 특징은 바로 ‘납활체’에 있다. 납활체는 컴퓨터가 상용화된 이후 거의 사라져 지금은 찾아 보기 어렵다.

'노동의 새벽' 개정판 본문은 1984년 초판본의 납활체를 가능한 그대로 살렸으며, 세월이 흘러 읽기 어려운 글자는 하나하나 수작업을 거쳐 되살려냈다.

△지은이 박노해  △펴낸곳 느린걸음 △172쪽 △정가 12000원.

CNB=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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