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기자 | 2014.12.18 11:34:21
그동안 외환은행은 시중 은행 중 유일하게 납부자 자동이체를 당일 출금 형태로 바꿔 소비자의 이자 손실이 없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이에 외환은행과 조기통합을 추진 중인 하나은행도 고객이 지정한 제날짜에 돈이 빠져 나갈 수 있게 내년 초까지 프로그래밍을 완료할 예정이다. (CNB=이성호 기자)
소비자 유리하도록 ‘납부자 자동이체’ 개선
외환은행 이어 두 번째…금융권 확산 주목
하나-외환 조기통합 속도…전산시너지 박차
납부자 자동이체는 매월 정기적으로 고객(납부자) 계좌에서 월세·적금·회비·대출 원리금 등의 일정 금액을 출금해 고객이 지정한 개인 명의의 계좌로 이체해주는 서비스를 이른다.
문제는 개인과 기업 간 거래인 통신료나 카드결제대금 등은 정해 놓은 납기일에 지정 법인계좌에 이체되지만, 월세·동창회비 등 개인 간 거래의 경우 돈이 빠져나가기로 약속돼 있는 날보다 하루 일찍 출금된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서비스가 도입된 1994년부터 현재까지 시중은행들은 납부자의 자동이체 지정일 전날 밤에 납부 금액을 인출해왔다.
가령, 적금을 붓기 위해 매월 25일 본인의 통장에서 적금계좌로 납부자 자동이체를 신청한 경우, 응당 25일에 돈이 빠져나가 송금돼야 하지만 은행들은 전날인 24일 밤에 미리 돈을 빼놓고 해당일인 25일 날 오전에 실제 이체를 진행했다.
즉 전날 인출로 하루치 이자를 챙겨온 것이다. 반대로 고객은 하루치 이자를 손해 본 셈이된다. 지난 20년 동안 은행들이 이자 미지급으로 취해온 부당 이익은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한 소비자 원성이 심해지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칼을 뽑았다. 지난 16일 주례임원회의에서 납부자 자동이체가 당일 출금되도록 금융사별 시스템 개발을 서두르도록 독려하라고 주문한 것.
앞서 금감원은 은행들의 이자 미지급에 따른 수익 부문이 논란이 되자 전산시스템을 개선해 내년 4월부터는 당일에 출금되도록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금감원, ‘벼룩 간 빼먹는’ 부당수익 ‘경고’
이런 와중에 18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외환은행은 오래전부터 당일 출금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난 17일 CNB와 통화에서 “지난 2005년부터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지정한 날에 이체되도록 수천만원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비용을 떠나 새로 바뀐 사항에 맞추기 위해선 전체적으로 전산정비작업을 해야 하는 부문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외환은행과 전산 통합을 위해 이달 2일부터 합동으로 IT통합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하나은행도 금융당국의 지적이 있기 전부터 자체적으로 ‘제날짜 출금 서비스’ 개발을 추진해 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CNB에 “이번 외환은행과의 IT통합과는 별도로 하나은행에서는 이미 당일 출금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었고 개발이 거의 완료시점에 다다랐다”며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하나금융그룹은 대내외적인 시장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시너지 효과 상승을 위해 하나·외환 간 조기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2011년 대비 54%, 외환은행은 22% 줄어들자 이 같은 위기감이 배경으로 작용됐다.
이에 두 은행은 지난 10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조기통합을 결의했다. 2012년 노사 간 약속한 2.17합의서에서는 2017년까지 독립경영을 보장했지만 이보다 2~3년 앞당기게 된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번 달 12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중국 현지법인을 합쳐 양행 통합법인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를 출범시켰다. 올해 3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통합에 이어 이번 중국 현지법인의 통합으로 양행의 해외 현지법인 통합을 모두 마쳤다.
또 외환-하나카드를 통합한 통합 카드사 ‘하나카드’가 지난 12월 1일자로 출범함에 따라 이제 두 은행의 국내법인 통합만을 남겨 둔 상태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