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통해 열다섯 살 자폐증 소년의 심리를 손에 잡힐 듯 그려낸 작가 마크 해던은 ‘빨간 집’을 통해 ‘등장인물 전체의 시선을 대등하게 그려내는’ 작업을 선보인다.
가족소설이라면 대개 중심을 이루는 사건과 부차적인 사건이 나뉘기 마련이지만, 마크 해던은 “등장인물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목소리가 있다.
가족의 구성원이 얼마나 많건 각각의 시점이 모두 대등하게 귀중하다”고 주장하며 ‘빨간 집’을 통해 가족의 통념의 깨트렸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폐증 소년’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이라는 서로 다른 풍경을 통해 작가는 한결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소통의 불능, 그리고 소통의 희망, 그러므로 ‘빨간 집’은 가족이어서 더 서럽고 가족이어서 더 크게 상처받은 나와 당신에게 건네는 한 권의 위로이자 ‘크리스마스 선물’인지도 모른다.
△지은이 마크 해던 △옮긴이 김지현 △펴낸곳 비채 △400쪽 △정가 14000원.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