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공연계 시선]베일 벗은 뮤지컬 '원스', 비교 대상이 원작 영화뿐 아냐

기존 뮤지컬 방식 뒤엎는 연극 같은 형식으로 호불호 갈릴듯

  •  

cnbnews 김금영기자 |  2014.12.10 11:14:23

▲뮤지컬 '원스'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하고 노래와 연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사진=김금영 기자)

뮤지컬 ‘원스’가 베일을 벗었다.


9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원스’는 뮤지컬로서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원스’는 꿈을 잃고 청소기 수리공으로 일하지만 언제나 음악과 함께 하는 싱어송라이터 ‘가이’와 가족을 부양하는 고단한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데, 2012년 미국 브로드웨이를 시작으로 영국 웨스트엔드 등에서 공연됐고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 개봉된 영화 ‘원스’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의 주역인 글렌 핸사드와 마케타 잉글로바 또한 이 영화로 많은 팬들을 확보했다. 그래서 자연히 뮤지컬의 비교대상이 영화로 쏠렸다.


이날 프레스콜에서도 이 점을 반증하듯 영화와의 비교, 뮤지컬만의 차별화된 점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데스 케네디 협력 연출은 “영화와 비슷하게 단순해 보이지만 무대 위에 올리면서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무대 위에 올라가는 배우 12명이 작품을 이끌어간다”고 설명했고 켈리 디커슨 음악감독은 “영화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음악이 추가로 뮤지컬에 나온다. 장면 밑에 끌리는 반주, 장면 전환에 사용되는 음악 등이 새로 추가됐다”고 답했다.

▲뮤지컬 '원스'에 출연하는 윤도현은 영화 '원스'와의 비교 때문에 부담이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사진=김금영 기자)

공연에 출연하는 윤도현 또한 “영화 때문에 부담이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무대예술과 스크린 연기 그리고 노래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확실히 더 강렬하고 넓은 감정의 폭이 필요하다.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코믹적인 요소도 많이 나오고 감동도 훨씬 더 크게 담았다”고 영화와 차별화된 점을 밝혔다.


하지만 꼭 비교대상만이 영화뿐일까? 뮤지컬 ‘원스’의 비교대상엔 원작 영화 뿐 아니라 타뮤지컬들도 오를 듯하다. 그도 그럴 법이 뮤지컬 ‘원스’는 뮤지컬이라 하기엔 특이한 점들을 갖추고 있었다.


프레스콜에서 첫 시연된 ‘Este Si Ja Pohar’의 경우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는 형식으로 갖춰졌다. 그런데 배우들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기 보다는 생(生)목소리로 전달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주로 뮤지컬보다는 연극이나 음악극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음성이었다. 이후 진행된 ‘Chandler's Wife’ 또한 비슷한 인상을 줬다.


그리고 뮤지컬에 많이 등장하는 세트 전환과 특수효과가 없었다. 무대 위에 마련돼 있는 세트 위에서 몇 가지 도구들만 위치가 이리저리 바뀔 뿐 기본 뼈대는 계속 유지한다. 이 또한 연극에서 많이 봤던 스타일이다.


또한 뮤지컬 극장에 가면 음악감독이 무대 아래쪽이나 뒤쪽에서 연주자들을 지휘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원스’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대신 배우들이 직접 위에서 음악감독의 지휘 없이 서로 앙상블을 맞추며 연주를 한다. 이런 독특한 뮤지컬이라니!

▲뮤지컬 '원스' 무대. 세트전환, 특수효과 없이 이 무대를 중심으로 공연이 진행된다.(사진=김금영 기자)

이에 대해 박명성 예술감독은 “뮤지컬 ‘원스’ 제작 과정을 지켜봤는데 다른 뮤지컬과 비교해 상당히 형식이 특별했다. 요즘 뮤지컬이 화려한 무대 메커니즘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스’ 무대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관객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있다”며 “연극을 연출한 바 있는 존 티파니가 뮤지컬화했기 때문에 젊은 연출가의 창의력이 발휘돼 지금까지의 뮤지컬의 틀을 뒤엎는 역발상을 보여줄 것이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특히 중요시되는 뮤지컬이다”라고 설명했다.


데스 케네디 협력 연출은 “전형적인 뮤지컬이 아니라 음악에 관한 연극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 공연의 특징은 연주자들도 무대 위에 올라가서 배우들처럼 연기와 노래를 하고 음악 연출까지 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뮤지컬과 달리 지휘해주는 음악감독이 무대에 함께 있지 않다”며 “뮤지컬에 많이 등장하는 움직이는 세트 전환, 특수효과도 없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김태훈 연출은 연극 같다는 의견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는 “프리뷰 기간 동안 이 공연이 연극 같다고 한 분들이 많은데 확실히 뮤지컬이다”라며 “군더더기 없고 필요한 요소들만 부각한 것이다. 다른 뮤지컬과 비교해 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잘 살펴보면 디테일이 숨어 있다. 그런 부분을 찾아내며 보면 공연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슷비슷한 형식의 뮤지컬을 계속 보다가 ‘원스’를 접하니 독특한 점이 눈길을 끌기는 했다. 하지만 어쨌든 ‘원스’는 연극이나 음악극이 아닌,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공연되고 있기에 기존 뮤지컬 형식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시도가 뮤지컬계에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지, 아니면 뮤지컬과 연극 사이의 애매했던 작품으로 남을지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내년 3월 29일까지 공연되는 ‘원스’의 3개월간의 행보에 달려있을 듯하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