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기자 | 2014.12.08 13:08:12
‘부산의 발견’전은 2008년부터 격년제로 개최해 올해로 4번째이다. 부산화단을 지탱해 온 중견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면서 이를 통해 부산미술의 역사와 발전방향을 조망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2014년 초대작가는 ‘김수길’, ‘김응기’, ‘김정혜’, ‘박수철’로 각기 다른 장르에서 서로 다른 매체로 작품을 발표하는 이들이다. 이번 기획전에 초대된 작가들은 30년 이상 변함없는 창작열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부산미술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부산미술의 정체성을 확장해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적극 제시하고 있는 작가들로도 인정받고 있다.
김수길(71·신라대 명예교수)은 기하학형을 소재로 사계절의 삼라만상과 시간성·공간성을 함축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이다. 특히, 한지에 종이를 덧붙이거나 아교 및 혼합재료를 사용해 화면에 요철을 만드는 기법으로 기하학형의 반복과 대비를 극대화시킨 작품을 제작한다. 그는 현대적인 조형감각으로 동양적이고 한국의 고유한 정서를 추구하는 작가이다.
김응기(62·전업작가)는 인쇄된 종이에 글자와 사진이 전달하는 정보의 불확실성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작가이다.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인쇄물을 칼로 긁거나, 먹이나 펜, 물감으로 지워나간다. 그가 남긴 행위의 흔적이 작품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김정혜(58·부산대 교수)는 인체의 자세와 운동감을 단순한 선으로 표현한다. 세세한 묘사를 배제함에 따라 양감과 그것들이 이루는 선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그는 전통적인 미적 형식과 조각의 근원적인 흐름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박수철(68·동아대 교수 역임)은 한국의 풍경을 타피스트리의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염색된 실의 명도와 채도를 변화시키거나 실의 높낮이를 달리해 밋밋한 타피스트리 화면에 운동감과 입체감을 주어 작품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이번 기획전에 초대된 작가들은 다양한 장르에서 다른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지만, 종이, 아교, 인쇄물, 실, 흙 등과 같은 재료와 수작업 도구를 이용하여 손맛을 극대화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부산의 발견 2014 ‘손끝의 예술 : 물질의 변형’은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지루한 노동인 손작업을 통해서 다양한 물질(재료)이 어떻게 창작물로 변형되는지 보여주는 전시이다.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손의 기술과 표현을 이해하고 첨단 산업사회에서 잃어버린 손의 기능과 가치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미술장르를 경험하면서 현대미술을 어떤 용어로 적절하게 분류하고 통합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