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도 할말있어.” 한 대사가 아니라 연극의 제목이다.
다음달 31일까지 서울 정동 세실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여보 나도 할말있어’는 찜질방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온 삶과 고민에 대해 털어놓는 방식을 취한다. 극의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젠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을 속에 숨겨두지 않고, 대화를 하며 이해와 소통을 시작하고자 하는 의도가 녹아 들어가 있다.
아내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남편,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는 며느리, 자식 때문에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어머니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관객들 반응 또한 가지각색이다. 중년층의 경우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며 공감할 때가 많다. 그렇다면 젊은 연령층의 관객의 공감대는 이끌어내기 힘들지 않을까?
이에 김영순 연출은 “지난 토요일 전주에서 20대 초반 젊은이 5명이 7시간 동안 차를 타고 올라와서 공연을 봤다. 공연이 끝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공연을 보러 힘들게 올라온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고, 이 연극을 보고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하더라”고 답했다. 이어 “극에는 중년남녀가 등장하지만 꼭 중년만을 위한 극은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한 가족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나이를 떠나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김 연출이 가족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 유독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공감’의 매력 때문이다. 남의 이야기라고 느껴지면 금방 잊기 마련이지만, 마치 자신 이야기 같다는 공감이 생기면 자신도 모르게 극 중 인물들에게 동화돼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는 과정 속에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위로를 얻게 된다.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진심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진심이 가장 느껴지는 부분이 극 중 등장하는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극의 초반엔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 부부, 얄미운 시어머니, 속을 썩이는 자식의 모습 등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포인트가 많은데, 어머니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이 부분만큼은 관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김 연출 또한 매번 이 부분에서 눈물을 훔친다. 지난달 프레스콜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다가 눈물을 삼킨 김 연출은 인터뷰를 할 때도 어머니 장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애써 나오는 눈물을 참았다.
자식에게는 모든 것을 다 쏟아도 아깝지 않지만, 막상 자신의 어머니에겐 소홀했던 자신의 모습을 탓하는 중년 여성의 애틋한 고백은 실제 김 연출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 제 어머니가 한 말이에요. ‘내 자식이 싸는 똥오줌은 손으로 치워도 더럽지 않은데 어머니가 아파서 흘리는 침은 닦아주기 힘들고, 자식 뒷바라지에 드는 비용은 아깝지 않은데, 나이든 어머니에게 들어가는 자그마한 병원비는 아깝게 느껴지더라’며 그랬던 자신의 모습이 후회된다고 회환의 눈물을 흘렸어요. 저도 나이가 드니 점점 어머니의 이런 마음을 이해하게 됐고 극에 담았죠. 이 부분을 쓸 때 참 가슴을 많이 치며 울었어요.”
이밖에 김 연출은 연극 ‘여보 나도 할말있어’를 쓸 수 있는 영감을 준 작품과 자신의 학창시절, 그리고 극단 창단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머지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달 1일 발간되는 CNB저널(407호)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