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이케아의 긴급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일찍부터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공사중인 광명점을 찾았다.
조금은 긴장된 표정의 북유럽 사람들과 예상보다 많이 모인 한국인 기자들 사이에서는 동해 표기 문제와 가격 정책에 대한 뻔한 질문과 답변들이 오갔고, 예상대로 양자의 입장차는 그다지 좁혀지지 않았다.
기자간담회 이후 진행된 매장 투어를 통해 이케아 광명점의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기존 대형할인마트의 그것과 닮은 듯 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매장이었다.
가장 인상적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엉뚱하게도 매장과 수많은 제품들이 아니라, 직원들이 오가는 통로 곳곳에 배치된 수많은 홍보 포스터들이었다.
포스터는 스웨덴 곳곳의 여러 소도시들의 풍광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주면서 “이케아의 고향 스웨덴입니다”를 끊임없이 언급하고 있었다. 이렇게 자국을 사랑하는 기업이 또 있었을까?
스웨덴 국기의 색상을 그대로 사용한 강렬한 푸른색의 외벽과 노란색 간판에서 시작해 내부 곳곳에 부착된 안내 포스터와 카탈로그, 심지어 직원식당의 음식에 이르기까지, 이케아는 가능한한 모든 곳에서 자신들의 고향 스웨덴을 알리고 자랑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들이 판매하는 모든 제품들이 하나같이 스웨덴과 스칸디나비아의 라이프 스타일을 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케아의 매장은 일종의 ‘스웨덴 테마파크’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화의 명목아래 기업의 출신국가가 별다른 의미가 없어지고, 오히려 국적을 감추려 애쓰는 ‘무국적’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런 시대에 오히려 정반대로 자신들의 나라 스웨덴을 ‘판매’하고 있는 이케아의 전략은 신선한 충격에 다름 아니었다.
예정대로 다음달 이케아 광명점이 오픈하면 한국의 수많은 소비자들은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 스칸디나비아 국가에 대해 좀더 많이 알게 될 것이고, 그곳 사람들의 소박하면서도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국산 휴대폰과 자동차, 화장품이 세계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찾아내긴 힘들지만 그런 제품들 속에도 분명 우리만의 독특한 색과 문화가 깃들어 있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더 욕심을 내 보는 건 어떨까? 전세계인들에게 한국을 노골적으로 내걸고 판매하는 기업이 등장해도 좋을 타이밍이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