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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뷰] "직장생활에 악역은 있는가?" 뮤지컬 '정글라이프'

치열한 생존경쟁 속 '웃픈' 직장인 잔혹사 실감나게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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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기자 |  2014.11.24 14:11:48

▲뮤지컬 '정글라이프' 공연 장면.(사진=김금영 기자)

“악역인 듯 악역 아닌 악역 같은 너” 뮤지컬 ‘정글라이프’ 등장인물들에 딱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정글라이프’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잦은 야근과 회식, 암암리에 이뤄지는 뒷거래와 라인타기, 내 공을 가로채는 얄미운 직장상사까지 직장생활의 다양한 잔혹사를 담은 뮤지컬이다.

이 작품엔 현대 사회의 직장인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 ‘피동희’는 핏댕이로 놀림당하기 일쑤고, 회사에 오래 몸 바쳐 일했지만 뒷전취급 당하는 ‘사수미 과장’의 뒷모습은 늘 짠하다.

그리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신분상승을 노리는, 마치 하이에나 같은 습성을 지닌 ‘하예나 대리’와 어느 라인에 붙어 이익을 챙길지 원숭이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이원순 사원’이 있다. 또 이들 머리 위에는 권력의 정점, 즉 정글 권력의 양대 산맥인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사장 아들 ‘오레오 상무’와 ‘홍호란 부장’이 있다.

각 캐릭터의 이름만 봐도 어떤 위치와 습성을 가지고 있는지 예측할 수 있다. 대본을 쓴 조민형 작가는 “각 직급에 맞는 동물 캐릭터를 생각해 이름과 행동을 부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겉으로는 사이가 좋아 보이지만, 이들은 정글 같은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갈등이 ‘애벌레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오 상무는 정글푸드의 새로운 개발 아이템으로 애벌레를 제시하고, 모두가 맡기 꺼려하는 이 프로젝트를 신입사원 피동희가 맡게 된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는 오 상무와 홍 부장의 권력다툼이 내재돼 있다. 홍 부장은 프로젝트를 실패시켜 오 상무를 물러나게 하려고 하고, 반대로 오 상무는 홍 부장이 프로젝트를 망치려는 증거를 포착해 쫓아내려 한다. 그리고 홍 부장은 이 사원, 오 상무는 하 대리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서로를 감시한다.

이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술수가 등장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하게 애벌레 프로젝트가 각광을 받으면서 굳건한 연합인줄 알았던 각 일원들은 배신을 계속 거듭하며 서로의 뒤통수를 친다. 아무 죄도 없는 사 과장과 피동희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각자의 목적을 이루려고 하기도 한다.

▲뮤지컬 '정글라이프' 출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는 행동만 봐서는 완벽한 악역이다. 그런데 또 악역 같지 않기도 하다. 완전히 미워할 수도 없다. 이는 극의 후반부에 몰아치는 이들의 울부짖음을 완전히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지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고 싶었을 뿐”이라며 무대 위에서 포효를 한다.

정글에 처음부터 육식동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초식동물이 될지, 육식동물이 될지 선택의 기로에서 육식동물이 되기를 선택한 이들이다. 그러다보니 본래의 일에 대한 순수했던 열정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승진을 위해 위만 바라보고 남을 짓밟게 됐다. 각 캐릭터의 성격이 과장되게 표현된 바가 없지 않아 있지만 직장인들 가슴에 와 닿는 장면들이 많다.

그리고 또 이들을 악역이라 미워할 수 없는 건 각 배우가 지닌 매력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직장에서나 있을 법한 캐릭터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만나 제대로 살아난다. 홍 부장 역의 배우 문혜원, 김윤지과 오 상무 역의 배우 박태성이 정말 호랑이와 사자같이 으르렁대며 포효하는 소리와 몸짓은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이원순 사원을 연기하는 배우 이든과 조환준은 정말 원숭이같이 무대 이곳저곳에 매달려 눈치를 살피고, 하예나 대리 역의 이시유와 한수연은 “썩은 고기라도 좋다”며 하이에나처럼 행동한다. 정글푸드가 정말 정글 같이 느껴지는 생동감을 이들이 부여한다.

여기에 배우 원종환과 고현경은 극의 웃음을 담당하는 것 같지만 애틋한 연민을 주는 사수미 과장을 표현하고, 회사에서는 존재가 희미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미친 존재감을 지닌 김미화 청소부를 배우 이세나와 김채은이 무대 위에서 풀어낸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의 중심에 있는 어리바리한 피동희 신입사원의 모습을 김수민과 김태이가 연기한다.

또 ‘정글라이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노래 ‘빡쳐 닥쳐’를 꼭 들어보길 바란다. “참 좋은 아침, 덕분에 엿 같은 하루”라며 부당한 상황에서도 웃어야 하는 직장인들의 비애가 그 어떤 곡보다 잘 녹아들어 있다. 관객들의 환성도 이곳에서 가장 많이 터진다. 이 장면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악역이 아니라 험난한 직장생활 속에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하는 눈물겨운 직장인의 모습을 가장 크게 대변한다.

한편 뮤지컬 ‘정글라이프’는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다음달 31일까지 공연된다. 박주형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박태성, 문혜원, 김윤지, 원종환, 고현경, 이시유, 한수연, 이든, 조환준, 김수민, 김태이, 이세나, 김채은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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